고객 후기작성 조건으로 메뉴 제공
배달앱 노출 위해 '울며 겨자먹기'
80%가 나몰라라 "사실상 손해"
서울 구로구에서 프랜차이즈 샐러드 카페를 운영하는 남모씨는 최근 배달 주문 손님을 대상으로 ‘리뷰 이벤트’를 진행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인지도를 쌓고 주문을 유도하기 위해 리뷰를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음식 후기 작성을 전제로 일부 메뉴를 무료로 받은 고객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명 ‘리뷰 먹튀’도 많다는 동료 상인들의 후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음식 배달 앱은 고객 후기가 많고, 평점이 좋은 순으로 메뉴 카테고리 목록 상위에 소개된다. 예컨대 분식집의 경우 ‘분식’ 카테고리 내 상단에 소개될수록 고객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렇게 되려면 좋은 글과 별점이 많이 쌓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점포는 글 작성을 전제로 일부 사이드 메뉴를 공짜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참여 여부는 고객이 주문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공짜로 음식을 받은 뒤 리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손님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음식점 입장에선 ‘왜 먹기만 하고 쓸건 안 쓰냐고’ 따져 묻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앱 특성상 리뷰와 별점(평점)을 늘려야 가게 명단 상위에 노출돼 고객 눈에 잘 띄게 되고, 그래야 주문 유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같은 프랜차이즈 소속이더라도 지리적으로 인접한 점포가 리뷰 행사를 열면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라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과일 주스 가게 점주는 “10번 이벤트(메뉴)가 나가면 올라오는 글은 두세 건에 불과해 사실상 손해”라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앱 운영사에 ‘리뷰 이벤트 자체를 못하게 막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모 배달 앱 운영사 관계자는 “가게 소개란 끝에 ‘리뷰 작성 시 음료 무료’ 등을 안내하던 데서 나아가 메뉴에 아예 ‘후기 쓰면 □□ 0원’을 표기하며 리뷰를 독려하는 사장님들이 많아졌다”며 “과열 경쟁이 싫은 이웃 점포들로부터 ‘아예 이런 설정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으나 플랫폼이 이를 제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리뷰와 평점이 주문의 가늠 척도로서 가게 목록 게시의 기준 중 하나이기는 하다”면서도 “지역 내 재주문율이나 주문 취소율 등 다른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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