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안정 시급' 印모디, 국제 쌀 이어 양파 가격도 뒤흔드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양파 소매가 안정 위해 수출세 40% 부과,
수출 가격 올려 국내 공급 부족 문제 해결 목적…
모디, 내년 총선 승리 위해 인플레 잡기에 매진

머니투데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도가 양파 수출에 40%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양파 수출 가격을 높여 수출량을 줄여 국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 최근 치솟은 자국 양파 소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중국에 이은 세계 양파 생산국 2위인 인도의 수출량 감소는 국제 양파 시장에 영향을 줘 최근 불거진 세계 식량 가격 상승 우려를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인도 정부 관보 공고에 따르면 재무부는 이날 국내 양파 수급 개선을 위해 해외로 수출되는 양파에 40%의 수출 관세를 즉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쿠마르 인도 소비자·식품·공공유통부 비서관은 "인도의 축제 시즌을 앞두고 양파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을 고려해 국내 가용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최근 양파 수출이 급증한 것도 (수출세 부과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인도 정부의) 수출 관세 부과로 인도산 양파는 파키스탄, 중국, 이집트산 양파보다 비싸질 것"이라며 "이는 자연스레 수출 감소로 이어져 (국내 공급량이 늘어) 현지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양파는 토마토와 함께 인도인의 필수 식자재다. 생산량은 연간 약 2400만톤(T)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인도 전역에서 생산된 양파의 약 10~15%는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도의 양파 수출은 146만t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인도산 양파는 주로 방글라데시, 네팔,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스리랑카 등으로 수출된다.

머니투데이

/사진=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양파의 특성상 생산량이 줄면 그만큼 가격이 뛴다. 한국의 김장철 배추처럼 인도에서는 양파가격으로 체감 경기를 진단한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 양파 가격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 엘니뇨로 인한 가뭄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인도 양파 소매가격도 크게 뛰었다. 인도 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뉴델리 양파 소매가격은 1kg당 35루피(약 565원)로, 연초 대비 17% 상승했다. 전국 평균 가격은 30.5루피였다.

로이터는 "향신료처럼 인도 요리에 많이 쓰이는 양파의 가격은 국가 정치의 진원지다. 과거에는 (양파 가격이) 정부를 무너뜨린다는 비난도 있었다"며 "최근 양파 가격의 상승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짚었다. 모디 총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3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인도의 식품 물가상승률이 11.51%로,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야채 물가상승률이 37.34%에 달했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모디 총리의 3선 계획에 걸림돌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모디 총리는 지난 15일 대국민 연설에서 식품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한 더 많은 조치를 약속했다.

외신과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한 모디 총리의 연이은 조치가 세계 식량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수출업자는 로이터에 "관세 부과로 줄어든 인도산 양파의 공급량을 중국과 파키스탄의 공급량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다"며 "(인도 수출세 부과는 국제 양파) 가격을 인상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모디 정부는 비단 양파 뿐 아니라 현지 밀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밀 수출을 금지했다. 최근엔 밀에 대한 수입세 40%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부스러진 쌀알(싸라기·broken rice)에 이어 비(非) 바스마티 백미(흰쌀)의 수출도 막아 국제 쌀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