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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전기차 충전 30분→5분…배터리 게임체인저 '실리콘 음극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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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한 시민이 차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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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시간을 ‘단 5분’으로 줄일 수 있다면-.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크게 늘리거나 충전시간을 단축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혁신 기술)’로 프리미엄 음극재인 실리콘이 뜨고 있다.

16일 2차전지소재 업계에 따르면 SK·LG·포스코 등 주요 기업이 ‘실리콘 음극재’를 차세대 음극재 소재로 삼아 시장·기술 선점에 나섰다. 기존 배터리의 음극재 소재로는 주로 흑연이 사용됐는데, 실리콘을 사용하면 배터리 밀도를 쉽게 높이고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서다.

SKC는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달 자회사 ‘얼티머스’를 설립하고 연내 시범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론 영국 넥세온 지분 22%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전북 군산에 실리콘 음극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도 미국의 그룹14테크놀로지와 손잡고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란 합작사를 세우고, 2027년까지 6년간 2500억원을 투입해 경북 상주에 생산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인수한 테라테크노스의 사명을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바꾸고, 경북 포항에 연산 5000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이후 2030년까지 연산 2만5000t 규모로 키운다는 게 목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지난달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 엔와이어즈에 79억원을 지분 투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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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양극재 기술은 한계…‘음극재’ 눈 돌린 이유



배터리에서 양극재는 용량·전압을 결정하고, 음극재는 충전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준다. ‘배터리의 딜레마’는 용량이 늘어나면 무게와 크기가 늘어나고, 용량을 줄이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중량을 고려하면 배터리의 무게·크기를 무작정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주요 전기차 시장인 미국·유럽 등에서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 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가 찾아낸 해법은 구성 물질을 바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안에서 리튬이온이 오가는 거리가 짧아져 충전 속도나 출력이 높아진다.

흑연 음극재의 대체할 후보 물질로 실리콘, 산화주석(SnO2), 알루미늄(AL)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실리콘의 기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데, 이미 흑연에 5% 미만의 실리콘산화물(SiOx)을 혼합하는 방법이 도입됐다. 흑연은 원자 6개당 리튬이온 1개를 저장하는데, 실리콘은 원자 4개당 리튬이온 15개를 저장할 수 있어 용량이 약 20배이상 높다. 에너지 밀도도 흑연은 1g에 350밀리암페어(mAh)인데, 실리콘은 1500~2000mAh로 4배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 비중이 10%를 넘으면 현재 보통 30분 이상 걸리는 전기차 충전시간을 5분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며 “전기차 충전시간과 주유시간이 비슷해지는 것으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향후엔 탄소로 실리콘을 감싸 부피 변화를 억제하는 실리콘카본(SiC) 기술이 표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조 기술이 까다롭지만 안정성이 높고, 실리콘 함량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SiC를 상용화한 기업은 중국 BTR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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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테슬라·포르쉐도 ‘실리콘 음극재’ 도입 계획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지난해 4억 달러(약 5340억원)에서 2032년 287억 달러(약 38조31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는 차세대 배터리인 ‘4680 원통형 배터리’(지름 46㎜, 높이 80㎜)에 실리콘 음극재 탑재를 검토 중이다. 포르쉐는 타이칸 EV의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도 실리콘 음극재 비중을 10% 이상으로 높인 제품을 개발 중이다.

다만 실리콘 음극재의 안정성과 방전 시 기존 형태로 복구되지 않는 점이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배터리 충전 시 리튬이온이 양극재→음극재 등으로 이동하며 음극재 원료의 부피 팽창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배터리 구조 변화와 용량 저하를 일으킨다. 실리콘 음극재의 경우 부피 팽창이 흑연보다 약 4배 더 크다고 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하이니켈 양극재 용량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테슬라·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이 주행거리 향상과 충전시간 단축을 위해 실리콘 음극재를 차세대 배터리로 검토하는 만큼 시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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