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교사 갑질 교육부 사무관, 6급->5급 승진

교육 공무원 A씨 “선생님에 마음의 상처 드린 점 사과”

“학교 적응 어려운 아이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공교육정상화교육주체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앞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자신의 자녀가 ‘왕의 DNA’라면서 초등학교 담임 교사를 괴롭히고 아동학대로 신고한 교육부 사무관 A씨가 지난해 12월 교육부의 직원 자체조사를 받던 중 문제 없이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A씨의 갑질 제보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감사반을 투입해 갑질 직원 A씨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으며 자체 조사 마지막날인 29일에 승진 발령 인사를 냈다고 오마이뉴스가 지난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의 갑질에 대한 제보는 지난해 12월 13일과 21일에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제보는 “A씨가 교체된 담임교사에게 '본인의 자녀를 왕자님처럼 대해 달라'고 공직자통합메일을 보냈다”, “자신이 교체시킨 과거 담임에 대한 사건 내용을 공직자통합메일로 보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교육부는 자체 조사를 벌였지만, A씨에 대해 별다른 징계 없이 ‘구두 경고’만 받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A씨를 6급 주무관에서 5급 지방교육행정사무관으로 승진 내고, 올해 1월 1일자로 전보를 명했다.

공직사회에서 감사반이 투입되면 공무원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연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씨는 인사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A씨가 자녀의 새로운 초등학교 담임교사에게 요구 사항을 담아 공직자통합메일로 보낸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편 A씨는 전날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A씨는 전날 배포한 사과문에서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 왕자에게 말하듯 돌려 말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에 대해서는 "임의로 작성한 게 아니라 치료기관 자료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A씨는 "전후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메일로 이를 전달해 (담임교사가) 불쾌하셨을 것”이라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 선생님께 상처가 됐을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선생님들을 그 누구보다 존경하며 교육 활동을 적극 지원했고, 선생님을 존경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아동학대로 담임교사를 신고한 경위도 설명했다. A씨는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 점과 좋은 점을 쓴 글이 알리미앱 학교종이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A씨의 신고 이후 하루 만에 담임교사는 교체됐고, 교육청은 한 달 후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해당 교사는 올해 5월 검찰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교육부 공무원 직위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A씨는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며 "선생님이 협박으로 느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지만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 A씨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린 사과 및 재발방지 서약 처분을 이행하겠다는 뜻도 뒤늦게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대전교육청은 최근 A씨를 직위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시민단체는 A씨를 직권남용과 강요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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