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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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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순환 문제인줄 알았는데...찌릿찌릿 손발 저림 뜻밖의 원인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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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증상 다양한 말초신경병





신경 눌리거나 합병증으로 생겨

‘전기자극검사’ 정확한 진단 도움

금주 필수, 건강한 생활습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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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47·여)씨는 1년 전부터 가끔 발이 저리고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났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나 보다 생각해 운동할 겸 아침저녁으로 산책에 나섰다. 그러나 증상이 나아지기는커녕 저릿·찌릿한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말초신경에 이상이 있단 진단을 받았다.

누구나 한 번쯤 손발 저림 증상을 경험한다. 대부분 일시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판단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손발 저림의 상당수는 말초신경병 때문이다. 신경계는 뇌·척수와 같이 몸 중심에 있는 중추신경과 몸통·팔·다리·얼굴 등에 분포하는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말초신경은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로부터 몸 곳곳을 연결하는 전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기능에 따라 운동·감각·자율 신경으로 구분한다.

■ 말초신경병의 주요 증상

□ 손 발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무감각해짐

□ 손 발이 쥐 날 때처럼 저리고 화끈거림

□ 차 가운 것에 노출되면 저림·통증 악화

□ 근 육통, 허약감, 피로감

□ 물 건 집기, 단추 채우기 등 일상생활이 어려움

□ 비·설사, 소변 장애, 기립성 저혈압 증세



쑤시거나 둔해진 감각도 해당



말초신경병은 이런 말초신경계의 손상으로 발생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김영도 교수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감각 이상이 생기고 저린 증상이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저림, 시림, 화끈거림, 콕콕 쑤시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피가 잘 안 통하는 느낌, 자갈밭 위를 걸어가는 듯한 느낌, 마취된 것 같은 둔한 감각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특히 감각신경이 손상됐을 땐 주로 손발 저림 증상을 호소한다. 손끝이 저리고 바늘로 찌르는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다리를 모으고 눈을 감으면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기도 한다.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힘이 빠지고 근육이 점점 마르며 위축된다. 발목을 자주 삐거나 단추 잠그기, 지퍼 채우기와 같은 섬세한 동작이 어려워지면 의심할 수 있다. 자율신경 손상 땐 몸의 항상성이 깨지면서 땀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거나 대변·소변 기능에 장애가 올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나 어지럼증이 생기고 심하면 실신하기도 한다.

말초신경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보통 신경이 눌리거나 다른 전신 질환의 합병증으로 생긴다.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압박성 말초신경병의 경우 말초신경이 단단한 근막이나 인대를 통과하는 부위에 눌리거나 돌출된 뼈를 지나는 부위에 압박을 받으면서 나타난다. 유병률이 해마다 늘고 있는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도 말초신경병이다. 다발 신경병이 가장 흔한데 발끝부터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발 전체, 종아리, 손으로까지 저린 증상이 퍼진다. 말초신경병은 증상만으로 구분이 쉽지 않다. 김 교수는 “말초신경 장애로 나타나는 감각 이상은 일반적인 감각 이상과 차이가 있다”며 “예를 들어 저림이나 따가움이 있으면서 힘이 약해진다거나 만질 때 내 살 같지 않은 감각이 느껴진다면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과 원인이 다양한 만큼 무엇보다 진단이 중요하다. 진단하려면 먼저 환자의 증상과 병력이 신경 증상에 맞는지 확인한다. 그런 다음 신체를 진찰해 다른 신경 질환이나 관절·근육 질환이 아닌지 감별한다. 그 결과 신경 이상이 의심될 경우 원인 검사를 진행한다. 특히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와 같은 전기생리검사는 전기 자극을 준 후 그 반응을 기록하거나 근육에 침을 찔러 넣고 근육에 발생하는 신호 자극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신경 손상 여부와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된다.

증상은 있지만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말초신경병 초기 단계이거나 매우 얇은 신경섬유만 선택적으로 손상됐을 때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손발 저림 증상이 지속해서 불편을 초래한다면 검사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신경병으로 추정해 진단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말초신경병 환자에겐 원인·증상에 따른 치료가 이뤄진다. 손발 저림은 약물로 증상 조절에 나선다. 원래 경련이나 우울증 조절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손발 저림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치료제로 쓰인다. 말초신경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항경련제나 통증의 전달·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부 항우울증 약물이 손발 저림 치료제로 사용된다. 양성 낭종이 말초신경을 누르고 있다면 수술로 낭종을 제거한다.



꾸준한 약물 복용 치료 확률 높여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경우 통증과 증상을 완화해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치료 목적이 있다. 또 신경의 퇴축을 막아 재생을 돕고 사지 손상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막는 데 도움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고혈당 때문에 발생하므로 근본적으로 혈당을 정상 범위로 내리고 이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 혈당이 조절돼도 통증이 계속될 땐 약물로 조절한다.

말초신경병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적당한 휴식과 가벼운 운동, 규칙적인 식습관이 도움된다. 특히 음주는 말초신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술의 독성이나 술로 인한 비타민 저하증으로 손발 저림이 생길 수 있고 기저 원인 질환의 증상을 악화하므로 반드시 금주한다. 김 교수는 “많은 환자가 손발 저림과 같은 말초신경병은 완치가 안 되는 만성질환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일부는 치료가 가능한 데다 약물을 적어도 수주에서 길게는 수년 이상 복용할 경우 치료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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