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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당신은 무당파입니까 [편집인의 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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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여의도 시계는 이미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총선에 맞춰져 있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혁신위원회가 던진 공천 가이드라인을 놓고 주류·비주류 세력간 다툼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용산 주도의 국정 기조에 맞추는 데 주력이긴 하지만 물밑에서는 누구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지 왈가왈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이나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모두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실상 지난 대선에 이은 두 사람의 2차 대전이라 부를 만하다.

선거가 가까울수록 여야 지지층은 결집하기 마련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선택’하는 게 선거이지만 지난 대선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비호감 선거였다. 이번 총선은 어떨까. 지난 대선 만큼이나 상대 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걸 보면 내년 총선에서도 ‘차악 선택론’이 두드러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인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도 선호하지않는 무당층 비율이 꽤 높게 나온다. 무당층이 ‘제1당’으로 나온 조사 결과도 있다.(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전국지표조사, 8월3일 발표) ‘3명 중 1명 무당층 급증세’(8월9일자·김병관 기자) 기사는 이런 트렌드가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 돌풍으로 이어질 지, 아니면 투표율 급락으로 이어질 지를 짚어봤다.

세계일보

‘새로운 당’이라는 신당 창당에 나선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6일 서울 한남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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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워지는 무당층 왜?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 36%, 민주당 30%, 무당층 28%였다. 지난 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무당층 비율이 32% 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30%대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조사 시점에 따라 20∼30%대를 오가긴 하지만 어느 때보다 두 거대 정당 중심으로 좌·우 진영 결집도가 높은 데도 무당층 비율이 30%대에 머무는 건 양당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그만큼 짙다는 얘기다. 실제 갤럽 조사에서 두 거대 정당의 비호감도는 모두 60%대로 양 당 호감도(30%)의 두 배에 달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양당이 극한 대립 상태이다보니 실망감이 큰 중도층을 중심으로 무당층이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새만금잼버리 행사 파행을 둘러싼 여야 책임 공방이 단적인 사례다. 새만금잼버리 행사 유치가 결정된지 6년이 지났지만 총체적 부실로 국제적 망신을 사자 국민의힘은 전임 정부 탓을, 민주당은 현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며 충돌했다. 두 거대 정당의 무한 싸움에 정치 무관심층은 물론 기존에 여, 야를 지지했던 이들도 ‘무당파’로 상당수 이탈한 것이다.

◆제3 신당파의 미래는

관심은 과연 무당층을 기반으로 의미있는 제3당이 출현할 것이냐다. 국회에서 의사 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 협의에 참여하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최소한 2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9월말 ‘새로운당’(가칭) 창당을 추진하고있는 금태섭 전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7월12일자 ‘세상을 보는 창’ 박창억 논설위원)에서 “새로운 변화에 투자할 마음이 있는 유권자가 10%는 된다고 생각한다”며 30석을 목표치로 잡았다. 그는 “과거에는 양당 구심력이 굉장히 강해서 욕 하면서도 투표장 가서 찍었지만 지금은 로열티(충성도)가 많이 약해졌다”고도 했다.

세계일보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6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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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의 희망’은 오는 28일 창당대회를 준비중이다. 광주가 지역구인 양 의원은 세계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 노인 폄하 발언이 나온 이후 광주에서 민두당에 더 이상 기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선거제도 개편이 제3당 출현이 용이한 중대선거구제나 비례제 확대로 가닥이 잡히면 이들에게도 희망이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두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당 세력이 자력으로 의석을 확보해야하는 데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내 표가 ‘죽은 표’가 되는 걸 원치 않는 유권자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극복할 정도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선거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총선 결과를 담은 신문 1면 제목에 ‘예상 깬 압승’ ‘뜻밖의 선전’ 같은 표현이 자주 들어가는 이유다. 갈수록 진영 논리가 득세하는 정치 양극화 시대에 ‘중간 지대’가 넓어지는 건 좋은 신호일 수도 있다. 두 거대 정당에 양극단에 치우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는 의미이기도 하고, 제3의 정치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대 선거를 되돌아보면 제3 신당의 성공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세계일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0년 4월 10일 서울역 3층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결국은 사람이 관건이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는 손님(유권자)를 끌 수 없다. 어부지리의 행운도 기대할 수 없다. 극단의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에 ‘새로운 정치’ 가능성을 꿈꾸게 할 만한 이들을 내세워야 한다. 문득 TV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모시던 왕의 죽음을 목도한 미실(고현정 분)은 이렇게 말했다. “폐하,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하셨습니까. 사람을 얻는 자가 시대의 주인이 된다 하셨습니까. 보십시오, 폐하! 내 사람들이옵니다. 이제 미실의 시대이옵니다.”

P.S. 취재한 김병관 기자에 물었습니다.

-김 기자는 무당층인가.

“내일 총선이라면 어느 당 후보를 찍겠느냐고 묻는다면 고민할 것 같다. 예전에 지지했던 정당이 있지만 지금 그 정당이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실망스럽다. 그렇다고 신뢰할만한 다른 정당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무당층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정치에 관심이 아예 없거나 지지했던 정당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봐야하나.

“무당층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게 사실이다. 내 주변을 보더라도 정치를 주제로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2021년 서울시장 보선 등 선거에서 MZ세대가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들 세대에서 무당층이 많은 건 2030세대 일상과 직결되는 이슈가 (정치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지 않는 현실과 무관치않다고 본다.”

-제3신당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아직까지는 돌풍을 일으킬 정도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신당으로 무당층이 유입되지는 않을 것 같다. 정권을 견제해야한다는 여론이 많다면 민주당으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고, 윤석열정부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여론이 많다면 국민의힘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아니면 투표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표출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에 (무당층이) 쏠릴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렵다.”

<관련기사>

3명 중 1명 무당층 ‘급증세’… 2024년 총선 투표율 급락하나 [심층기획]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80851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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