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해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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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회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위원장, 부위원장 등 상임위원 3인의 복무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방통위는 연간 자체 감사 계획에 따라 방심위의 국고보조금 집행에 대한 회계검사를 지난달 3일부터 21일,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23일간 시행했다. 올해 방심위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모두 368억원이다.
방통위는 제5기 방심위가 출범한 2021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차량 운행기록을 점검한 결과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등 3명의 오전 9시 이후 출근과 오후 6시 이전 퇴근이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후 6시 이전 퇴근은 전용 차량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나 외부 일정 등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사무실에서 자택으로 이동한 사례만 집계한 결과다.
방통위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근무일 414일 중 78일(18.8%)을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했고, 270일(65.2%)을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했다. 이 부위원장은 근무일 411일 중 297일(72.3%)을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했고, 267일(65%)을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했다. 황 상임위원은 근무일 396일 중 288일(72.7%)을 오후 6시 이전 퇴근했다.
이에 방통위는 방심위에게 위원장, 부위원장 등 상임위원의 근무시간 등 복무에 대해 별도의 복무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방통위는 정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황 상임위원 모두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당집행 적발 건수는 정 위원장 13건, 이 부위원장 9건, 황 상임위원 24건 등 총 46건이었다. 방통위는 특히 정 위원장의 경우 전(前) 부속실장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고,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정 위원장의 전 부속실장은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및 방심위 예산 집행지침에서 정한 기준단가(1인당 3만원) 위반을 숨기기 위해 선수금을 결제했다. 방통위는 정 위원장의 전 부속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방통위는 이밖에 정 위원장 등이 내부직원들과 오후 1시 이후까지 점심 식사를 해 직원의 근무 시간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게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공식행사가 아닌 내부직원 등과의 점심에서 과도하게 주류를 구매해 음주를 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방통위는 또 방심위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 점검을 통해, 방심위의 ▲대외직무활동비 등 부당 지급 ▲과다한 유급휴일 운영 ▲사업추진비로 내부직원 간담회비 집행 ▲임차보증금의 용도 외 사용 ▲유연근무제 직원의 출퇴근 입력 감독 부실 등을 지적하고 각각의 사항에 대해 주의요구 또는 관련 업무 개선 등의 통보 조치를 했다. 문책·경고·주의·통보 등 지적 건수는 15건, 지적 받은 인원은 8명이다
방통위는 방심위가 주요업무인 방송심의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의 공정성 및 공공성에 대한 심의 등을 위해 방송·통신 모니터 운영과 함께 민원을 접수받아 심의한다. 방통위에 따르면 올해 방송심의 민원 접수 이후 처리까지 60일 이내에 이행한 비율은 12.4%로 전년(22.3%) 대비 급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로고./방통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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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정 위원장은 방통위의 복무관리 미비 지적과 관련해 “2008년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위원장 등 상임위원 3인에 대한 ‘복무 관리’ 규정이 없다. 방심위 상임위원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복무하는 공무원이나,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일반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출퇴근 상황은 본인의 불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 공공기관에 도입된 상임위원 복무 기준을 참고하여 방심위 상임위원의 업무에 맞도록 복무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 부속실장의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과 관련해서는 “방통위 감사팀이 업무추진비 관련 세부 영수증을 전달한 지난달 21일 오후 5시께 처음 선수금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며 “같은 날 오후 6시께 사건 당사자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인원 제한(4명 또는 6명) 때문에 수행원에 대한 식사비를 함께 결제할 수 없어서 선수금을 운영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방심위 예산 집행지침에서 정한 기준단가를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 “(한도인) 3만원에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실제 참석 인원과 서류상 참석 인원이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본인 불찰이다”라고 했다.
점심 시간 이후 식사를 이어가며 직원들의 근무 시간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실별, 팀별 직원들과 수시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직원의 고충과 의견을 청취했다”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이것은 기관장에게 주어진 주요한 직무이자, 업무의 연장이다”라며 “기획재정부 지침상 업무추진비 집행 용도에도 직원과의 간담회 및 업무협의가 포함돼 있다. 더군다나 부서의 업무 사정 등에 따라 점심 시간을 달리 운영할 수도 있는 데다, 점심 식사 시작 시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인카드 집행 시간만을 기준으로 문제삼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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