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국방부 “드론·전차 등 활용”
바그너 그룹 용병들도 훈련 참여한 듯
폴란드 국경수비대, 1000명 증파 요청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특수작전부대(SOF)와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 국경 도시 브레스트 인근 사격장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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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동맹국 벨라루스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을 자극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방부는 이날부터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 인근 도시 흐로드나(그로드노)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말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 용병 일부가 폴란드 국경 인근 흐로드나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며 반발했는데, 이제는 대놓고 이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하는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군사작전’ 경험을 기반으로 진행된다고 밝혀, 바그너 용병들도 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드론 활용은 물론 전차 및 기계화 소총 부대와 다른 부대의 연계 활동 등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자국군 훈련을 위해 바그너 그룹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지난 6월 말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에 실패한 뒤 벨라루스로 거점을 옮겨 벨라루스군을 훈련시키고 있다.
훈련이 진행되는 흐로드나는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15㎞, 리투아니아 국경에서 30㎞ 남짓 떨어진 도시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96㎞ 길이로 뻗어 있는 좁은 육로인 수바우키 회랑과도 가깝다.
수바우키 회랑은 발트해 연안의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육로로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동시에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유럽연합(EU)·나토의 나머지 지역을 잇는 유일한 육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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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함께 수바우키 회랑 지역을 장악한다면 발트 3국과 나머지 나토 회원국을 분리하는 동시에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육로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이 러시아와 나토의 무력 충돌로 확대될 경우 수바우키 회랑이 잠재적인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정부도 최근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경 지대의 긴장감이 커지면서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벨라루스 국경에 병력 1000명을 증파할 것을 자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는 올해 들어 벨라루스에서 폴란드 국경을 넘으려는 불법 입국 시도가 크게 늘어난 것과 맞물려 있다.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 국경수비대가 이런 불법 월경을 사실상 조직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중단할 것을 경고해 왔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국경지대로 이동한 바그너 그룹이 불법 이주민으로 위장해 폴란드 영토로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여기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이 폴란드 진격을 원하고 있다면서 폴란드를 자극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달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배치되자 벨라루스 국경에 병력 1000명과 군용 차량 200대를 추가 배치했다. 이어 이달 초 벨라루스 군용 헬기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자 국경에 병력을 추가 파견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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