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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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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도"…산업계 원가 상승 압박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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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차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조만간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원유 소비 비중이 높은 항공·해운업계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8월 첫째 주 기준 배럴당 85.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도 전월보다 각각 8~9달러 이상 상승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가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하루 100만배럴 자발적 감산을 최소 9월까지 지속하고 필요시 추가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9월 한 달간 원유 공급량을 하루 30만배럴 감축한다고 예고했다.

당분간 국내 유가 역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까지 86~98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에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국제 유가 추이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면 다음 달부터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원, 경유는 210원가량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1900원대에 육박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산업계는 유가 급등 조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원가 중 연료비 비중이 큰 항공사와 해운사들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는 전체 영업비용 중 30%를, 해운업계는 운항원가 중 10~25%를 유류비가 차지한다. 특히 유가 변동에 따라 항공권 운임에 별도로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추가 상승하면서 항공권 가격 인상 폭이 커질 수 있다. 대한항공은 당장 이달부터 유류할증료 가격을 전월 대비 6% 올렸다. 유류비 부담을 유류할증료에 전가하면 여객 수요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등은 나프타를 기반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만든다. 원유에서 나프타를 뽑아내다 보니 유가 상승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직결돼 원가 부담을 발생시킨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원가에서 70%가량을 차지한다.

가뜩이나 업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가 15개월째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절반가량 밑돌고 있는데 유가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4개월분 원유 재고를 보유한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 시점과 석유판매 시점에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 시 재고 평가이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유가 상승분을 추가로 제품에 반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이 뒷걸음칠 수 있다.

철강업계는 연료비 연동제로 유가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고정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전기로를 이용하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업계도 주요 원재료인 카본블랙과 합성고무 등을 석유를 통해 얻기 때문에 유가 상승 타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밖에 전자·반도체업계도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 부담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이 코로나19 타격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고금리, 경기 침체 등 리스크가 여전한데 유가 상승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는 속도가 더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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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권가림 기자 hidde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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