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5점으로 '평균갑질 직장인' 수준
폭언·모욕·사적 지시는 감수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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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이 새벽 6시부터 카톡을 합니다. 대답 안 해도 되고 출근해서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일하라고 하지만 저는 카톡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아요. 진짜 빠를 때는 새벽 5시 전에도 알람이 울려요. 갑질 같은데 직원 아무도 이의 제기를 안 하네요."(지난달 직장갑질119 제보)
한국 직장인의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 평균은 100점 만점에 70점대로 나타났다. 관리자와 평사원은 갑질 감수성 수준에 차이가 있었는데, '업무시간 외 연락으로 급한 업무 지시'에 대한 온도차가 특히 컸다.
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023년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 조사 결과, 올해 평균 점수는 72.5점으로 C등급('평균갑질 직장인')이라고 밝혔다. 2020년 69.2점, 2021년 71.0점, 2022년 73.8점으로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직장갑질119가 2019년 연구팀을 구성해 만든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는 입사부터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30개 문항으로 만들어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 감수성'이 높은 것인데, A등급(91~100점) '인권존중 직장인'부터 F등급(60점 이하) '갑질심각 직장인'까지 5단계로 나뉜다.
선 자리의 차이는 갑질 감수성 차이로 나타났다. 상위 관리자(66.1점)와 중간 관리자(68.8점)는 D등급('갑질위험 직장인'), 실무자(73.9점)와 일반 사원(73.8점)은 C등급을 받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평균 76.1점, 남성이 69.8점이었다.
관리자와 평사원 간 인식 차가 가장 큰 항목은 '아무 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락'으로 조사됐다. '급한 일이 생기면 업무시간이 아니어도 SNS로 연락해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문항에 상위 관리자는 55.9점, 일반 사원은 73.1점으로 17.2점 차이를 보였다. '일을 못하는 직원에게는 권고사직이 필요하다'는 항목은 상위 관리자 39점, 일반 사원 52.7점으로 13.5점 차이였다.
직급을 통틀어서 감수성이 높은 항목들은 △폭언(87.7점) △모욕(84.6점) △사적 용무 지시(84.4점) △업무 배제·허드렛일 지시(81.2점) △반성문 작성 지시(80.3점) 등이었다. 최소한 이 항목들은 부당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는 셈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으로 최소한 모욕적 언행이나 사적 지시는 금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반면 감수성이 낮게 나타난 항목들은 △일 못하는 직원 권고사직(49.4점) △갑작스러운 퇴사 시 문책(50.8점) △맡겨진 일 처리를 위한 시간 외 근무(56.9점) 등이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좀처럼 줄지 않고 직장갑질 감수성 역시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5인 미만 사업장과 원청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가 많고, 예방교육과 실태조사도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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