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통신미디어부 기자 |
삼성전자 5세대 폴더블폰은 폼팩터 혁신이 주를 이룬다. 넓어진 커버 디스플레이와 얇고 가벼워진 무게가 소구점이다. 10대의 아이폰 쏠림 현상에 대응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 역시 갤럭시Z플립5 외관 디자인이다.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다. 라이브 방송과 팝업 매장에서도 “실물로 보니 너무 예쁘다”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한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비싼값을 주고 폴더블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킬러 콘텐츠가 여전히 부재해서다. 삼성은 언팩에서 프리젠테이션 대부분을 하드웨어 개선을 통한 다양한 기능성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폴더블이 가진 부수적 장점일 뿐이다.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다.
폴더블 핵심은 접는 폰이 아니라 펴는 폰이다. 접기 위해서가 아니라 펼치기 위해 접는 것이다. 접은 상태로 유튜브를 보고 카톡을 보낼 수 있는 것도 편리한 기능이지만, 펼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대화면으로 영상을 크게 보고, 여러 앱을 멀티태스킹하는 것은 후순위에 불과하다. 이는 태블릿과 다른 디바이스에서도 구현 가능한 기능이다. 가장 필요한 건 폴더블에 최적화된 '킬러앱'이다.
5세대에 걸쳐 진화한 삼성 폴더블은 전용 콘텐츠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하이엔드 유저를 끌어올만한 결정적 한방이 없다. 대화면으로 영상을 시청하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폴더블만의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스마트폰 사용방식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받쳐줄 앱 생태계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우리가 5G를 체감하지 못하는것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의 거대한 변화를 불러온 LTE와 달리 5G로 구현되는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폴더블에서만 가능한 핵심 콘텐츠가 없다는 것은 폴더블 대세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폼팩터 변화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따라잡힌다. 이미 중국 업체 등 후발주자는 물방울 힌지를 먼저 탑재하고 두께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시장 개척자인 삼성이 앞으로 주력해야 하는 것은 물리적 측면보다는 소프트웨어 차별화다.
애플이 가진 무기도 강력한 에코시스템(생태계)이다. 1020대가 단순히 감성 하나로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끼리 에어드롭과 아이메시지로 사진과 문자를 주고 받고 수많은 아이폰 전용앱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관의 큰 변화가 없어도 새로운 모델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폴더블만의 문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드파티 앱 등 생태계 확장과 더불어 삼성페이와 삼성헬스를 잇는 새로운 킬러앱을 찾아내기 위한 고민과 철학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일반 플래그십 대비 부족한 스펙을 감수하면서 더 무겁고 비싼 폰을 사야하는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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