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두 번 기각 이어 '1호 인지 사건' 경무관도 기각
사실관계는 인정돼…공수처 "보강 조사 후 재청구 여부 결정"
구속심사 마친 '수억 뇌물 혐의' 현직 경무관 |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간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 능력에 붙은 의문부호를 떼지 못하게 됐다.
피의자 구속이 수사 성패를 가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출범 이후 2년7개월 동안 청구한 3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당하면서 공수처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연 뒤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경무관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후 범죄 혐의를 자체 인지한 첫 사건이다.
애초 공수처가 추적해 온 혐의는 김 경무관이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던 지난해 6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서 경찰 수사 무마 대가로 3억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천만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올해 2월 강제수사에 착수해 관련자를 조사하고 자금 흐름을 쫓아왔지만, 변호사 입회권 문제 등으로 수사가 답보 상태에 놓였다.
이에 그가 민원 해결 대가로 다른 기업 관계자 A씨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별도 정황을 포착, 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선 신병을 확보한 뒤 대우산업개발 관련 혐의까지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일종의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지만, 이 역시 법원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앞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대해 청구했던 두 차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영장을 발부받지 못함에 따라, 공수처는 그간 받아온 수사력 부족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금품수수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발사주 사건 때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A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법원의 기각 사유를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범행 사실관계는 인정된 것으로 보고 보강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알선수뢰에 관한 판례 해석상 법원과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법원이 고위공직자로서는 드물게 수수액이 수억대에 이르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범죄 성립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는 등 수사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기간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 누적을 감안, 수사 속도 조절을 하면서 기각 사유를 검토하고 기존 수사내용을 재점검할 계획"이라며 "이후 관련자 소환 등 보강조사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binzz@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