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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국내 차트 ‘싹쓸이’하고 빌보드 직행…올 여름도 뉴진스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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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걸그룹 뉴진스가 미니 2집 '겟업'(Get Up)으로 돌아왔다. 트리플 타이틀곡 중 하나인 '슈퍼샤이'는 국내외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사진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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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 지 1년 밖에 안된 신인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한 음원 플랫폼에서 20억 번 이상 재생됐다. 걸그룹 뉴진스의 얘기다.

지난해 7월 데뷔한 뉴진스가 현재까지 발표한 노래는 총 15곡. 이 노래들은 지난달 30일 기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20억 789만 9641번 재생됐다고 소속사 어도어는 밝혔다. 지난 3월 뉴진스의 노래는 스포티파이에서 K-팝 가수 중 최단 기간(219일) 동안 10억 번 재생돼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된 바 있다.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재생 횟수는 2배로 뛰었다.

이는 미니 2집 ‘겟 업’(Get Up)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21일 발매한 이 앨범에는 세 개의 타이틀곡인 '슈퍼 샤이'(Super Shy), ‘ETA’, ‘뉴진스’(New Jeans)를 포함해 총 6곡이 수록됐다. 발매 일주일 만에 ‘슈퍼 샤이’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그룹 자체 최고 순위인 66위로 진입했다. 이후 64위로 올라 2주째 진입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음원 차트는 이미 평정했다. 멜론, 지니 등 음원 플랫폼에서 3주째 ‘슈퍼 샤이’가 1위를 지키는 중인데, 여기에 'ETA'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앞서 올 상반기 'OMG'와 '디토'(Ditto)가 차지했던 1위 자리를 신곡으로 또 다시 뉴진스가 고스란히 이어받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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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미니 2집 타이틀곡 '슈퍼 샤이'(Super Shy) 콘셉트 포토. [사진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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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유행 비트에 더해진 뉴진스 감성…“트렌드 충실히 따랐다”



1년 넘게 계속되는 뉴진스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신 유행에 충실히 따르는 음악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어텐션’(Attention) 등 1집 때는 레트로(복고)적인 성격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멜로디 진행 방식이 훨씬 세련됐고 트렌디하다. 예전 성공을 답습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진스 노래엔 미국 뉴저지의 클럽가를 강타한 ‘저지 클럽’(Jersey Club), 영국에서 만들어진 전자음악 장르의 ‘UK 개러지’(UK Garage) 리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두 1990년대 전자음악이 중심이 된 클럽 문화에서 비롯한 장르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인 유행세를 타고 있다. 빠르고 신나는 비트임에도 몽환적인 멜로디와 제법 잘 어우러진다.

김도헌 평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2년 사이 전자음악 중에서도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 유행하는 경향이 커졌다”면서 “이번 미니 앨범은 트렌드를 성실히 따르면서, 거칠지 않은 미감 즉 예쁜 요소들을 장르와 이질적이지 않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프로듀싱이 잘 됐다”고 평가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서브컬처(하위문화) 장르는 마약, 폭력 등 어두운 문화와 관련한 부분도 많은데, 뉴진스가 K-팝으로 가져오면서 다크한 느낌이 탈색되고 순화됐다. 마치 환각에서 아련한 몽환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6곡 전곡 뮤직비디오 제작…“앨범 전체 찾아듣게 하는 힘”



뉴진스가 대중에 앨범을 소개하는 방식 역시 주목받았다. 특정곡 뿐 아니라 앨범 전곡을 찾아 듣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규탁 교수는 “타이틀곡을 세 개로 선정하고 선공개 방식을 활용해 사람들이 하나의 곡이 아닌 앨범 전체를 듣게 한다”면서 “대표곡 하나만 밀기보다는 ‘뉴진스 앨범에 있는 곡은 다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 실린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점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했다. 뮤직비디오엔 6개 수록곡 각각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슈퍼 샤이’에서는 발랄한 플래시몹을 선보였고,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오징어게임'의 정호연이 출연한 ‘쿨 위드 유’(Cool With You)엔 한 편의 영화 같은 서사를 녹였다. ‘뉴 진스’는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파워퍼프걸'과 협업했고, ‘ETA’는 애플 아이폰으로 촬영해 화제가 됐다. 김도헌 평론가는 “모든 뮤직비디오에서 뉴진스 멤버들은 주인공이 아닌 어떤 사건을 관찰하는 입장이다.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대중의 시선과 유사해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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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으로 촬영한 뉴진스의 'ETA' 뮤직비디오. [사진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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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비롯해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코카콜라 CM(광고 음악)송으로는 이례적으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지상파 음악방송에선 'ETA' 무대 중 아이폰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PPL(간접 광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PPL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셀피(스스로 찍는 사진)라는 누구나 하는 행동을 무대 위로 가져온 것”이라면서 “연예인들에게 광고란 주로 브랜드에 자신을 맞춰 이미지를 소비하는 형태인데, 뉴진스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를 표현한다”고 했다. “일상 그 자체를 상징하는 브랜드를 통해 뉴진스 역시 대중의 일상에 스며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인 걸그룹이 거대 브랜드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K팝·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연구하는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문화연구소 방문연구원은 “음악 작업 등 브랜드와 아티스트 간 협업 시너지를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해졌는데, 뉴진스는 가장 큰 이익을 본 그룹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브랜드의 마케팅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돌로서의 멤버 개인의 이미지나 정체성을 표현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획일화된 콘셉트 안에서 활동 2년 차인 멤버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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