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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스토리텔링의 힘 ‘K-뮤지컬’ 中·日 넘어 브로드웨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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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맞춤연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성공

2016년 진출 中서도 인기 라이선스 계약

위대한 개츠비, 10월 트라이아웃 공연도

헤럴드경제

▲ 뮤지컬 ‘마리퀴리’가 란드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의 최고 영예인 ‘황금물뿌리개 상(GOLDEN WATERING CAN, Złota Konewka)’을 수상했다. [라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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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지난달 일본 도쿄서 막을 올렸다. 매회차 전석 매진(약 600석)을 기록했다.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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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이 작품은 지난달 일본 도쿄의 히비야 시어터 크리에에서 막을 올렸다. 공연은 성공적. 매회차 전석 매진(약 600석)을 기록했다. 공공 예술단체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사 도호와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카하라 요코 한일 공연 코디네이터는 “일본의 정서에 맞는 작품을 현지 관객 취향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연출한 점이 성공비결”이라며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이 이 정도의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도호에선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확장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일본을 넘어 ‘뮤지컬 본토’인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까지 두드리는 중이다. K-팝, K-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우리 뮤지컬에도 전례 없는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에 이어 까다로운 일본 관객도 ‘만족’=K-뮤지컬의 거침없는 진격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자신감에서 시작됐다. 신작 뮤지컬에 대한 갈증이 높은 중국 시장에 수많은 작품이 수출돼 안착했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시장에서 K-뮤지컬의 성공 사례가 하나씩 만들지고 있다.

중국 공연제작사 하오시정보기술 유한회사의 웨이 쟈이 대표는 “2016년부터 한국 뮤지컬이 중국에 많이 들어왔다”며 “‘지킬 앤 하이드’, ‘마이 버킷 리스트’등 20~30개에 달하는 한국 작품들이 인기를 얻으며 현재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도리안 그레이’를 비롯해 ‘팬레터’가 수출, 라이선스 버전이 현지 관객과 만났다. ‘사의 찬미’, ‘베니싱’도 최근 중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 제1의 시장인 일본 진출도 활발해졌다. 일본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1.5배에 달하는 6000억원 규모의 대형 시장으로, 관객 수준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 최고의 극단인 다카라즈카가 처음으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수입했다. 뮤지컬 ‘베토벤’도 도호에 수출됐다. 국내 뮤지컬 제작사 네오는 일본 현지에 K-뮤지컬 전용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뮤지컬 코디네이터인 다카하라 요코 라온 실장은 “2023년은 한국 뮤지컬의 일본 수출에 있어 역사적인 해”라며 “‘마리 퀴리’를 시작으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엑스칼리버’로 이어지는 한국 뮤지컬이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美·英 진출=K-뮤지컬은 이제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국, 영국 등 뮤지컬 본고장으로 향하고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등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 온 제작사 라이브는 ‘마리퀴리’를 통해 일본에 이어 유럽과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마리 퀴리’는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폴란드로 라이선스를 수출한 이 작품은 현재 현지 관객과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영국에선 현지 배우들이 참여해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는 “유럽과 영미권에서도 한국 뮤지컬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며 “대학로가 미국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엔드가 될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한국에서 성과를 거둔 작품의 수출 사례도 있지만, 애초에 현지 시장을 공략해 제작하는 대형 작품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의 미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월드프리미어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브로드웨이 입성 마지막 단계인 트라이아웃(시험) 공연을 한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현지에서도 리딩과 워크숍 이후 재밌다는 입소문이 났다”며 “내년 6월 브로드웨이 공연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K-팝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결국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뮤지컬 강점은 탄탄한 스토리와 메시지=K-뮤지컬이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도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메시지가 있어 가능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출발한 대부분의 뮤지컬은 달콤한 사랑 이야기, 긍정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밝은 코미디가 많은 반면, 한국 뮤지컬은 진지하고, 사회 비판적·풍자적인 내용, 무겁고 묵직한 이야기가 많다.

수 프로스트 미국 정크야드 도그 프로덕션 프로듀서는 “한국은 층간소음이나 좀비가 온 세상 등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이 많다”며 “30년 전에는 해외 시장에서 배우는 사람들이었던 한국 관계자들이 이제는 브로드웨이를 두드릴 만큼 발전했다”고 말했다. 프로스트 프로듀서는 지난 2007년 처음 한국에 방문, CJ ENM과 한국 영화를 뮤지컬화 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국내 뮤지컬 업계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나카무라 키즈노리 다카라즈카 극단 이사도 “과거 한국 뮤지컬은 오락성이 강했는데, 점점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설정,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배우들의 역량 역시 K-뮤지컬의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실력이 작품의 질을 높이는 요소라는 데에 입을 모은다.

프로스트 프로듀서는 “배우들의 재능이 뛰어나다. 목소리에 힘이 있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나카무라 이사도 “빅넘버를 부르는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실력이 일본 관객들에게 엄청난 매력을 준다”고 말했다.

웨이 쟈이 대표 역시 “한국은 가수, 음악, 배우 등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한국 뮤지컬은 주제도 글로벌화 돼있다”며 “중국의 뮤지컬 시장은 한국의 10~20년 전과 비슷해 (현지에선) 한국 시장을 공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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