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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연극도 엄마·부부 역도 처음 두려웠는데 기립 박수에 깜짝"[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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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뷔 13년 만에 첫 연극 도전

"'2시 22분', 대본에 순식간에 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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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02시 22분' 주연 배우 아이비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07.3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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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신인 연극 배우 아이비입니다. 재밌는 작품을 계속하고 싶어요.(웃음)"

영국 웨스트엔드 최신작으로 한국 초연 중인 '2시 22분'으로 연극에 처음 도전한 아이비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2005년 가수로 데뷔해 2010년 뮤지컬에 뛰어든 그는 '시카고', '위키드', '아이다', '레드북' 등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이젠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이 더 익숙해졌다. 그런 그가 이번엔 연극 도전에 나섰다. 뮤지컬 무대에 선 지 13년 만이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아이비는 "옛날부터 연극이 하고 싶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의 대표 출연작으로 꼽히는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을 연기하며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 "뮤지컬에서 '록시'처럼 독백이 긴 여자 캐릭터도 없어요. 그때 연기가 이렇게 재밌고 어려운 거란 걸 느끼면서 연극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동안 제의는 받았지만, 마음에 와닿은 작품이 없어 선뜻 나서진 못했다. "'2시 22분'은 대본을 보는데 순식간에 빠져들었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본에 반해서 작품을 선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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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02시 22분' 주연 배우 아이비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07.3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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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스릴러 형태의 연극 '2시 22분'은 평범한 집에서 두 커플이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로 전개된다. 부부인 '샘'과 '제니'는 새로 이사 온 집에 샘의 오랜 친구인 '로렌'과 그녀의 남자친구 '벤'을 초대한다. '제니'는 새벽 2시22분에 집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이들에게 그 시간까지 함께 기다려 달라고 제안한다.

아이비는 혼령의 존재를 느끼는 '제니' 역을 맡아 극의 중심에서 긴장감과 불안감을 유발한다. 두 시간 가량 극을 이끌면서 방대한 대사량에 부담도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따로 연기 레슨도 받았다. 연습실에서나 집에서나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한 이유다.

"연습하면서 첫 연극부터 어려운 작품을 택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달고 살았죠. 작품 특성상 대화를 계속 주고받는 게 많다 보니 상대방 대사도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더블 캐스팅이라 지금도 하루 쉬는 날이 있으면 다음날 공연 전에 배우들끼리 꼭 맞춰봐요. 긴장을 늦출 수 없죠."

작품에서 엄마 역할, 부부 역할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혼령의 존재나 겪어보지 못한 아이 엄마 캐릭터는 상상으로 그 감정을 만들어 갔다. 평소 무서운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연극을 위해 공포 영화 '유전'을 보며 참고했다.

"제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뭘까 생각했어요. 혼령이 내 아이를 위협하고 해를 끼치려 한다는 공포감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잖아요. 그 깊이를 그려내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됐죠. 반복적으로 연기하다 보면 감각이 무뎌지게 되는데, 그때마다 영화를 떠올리면서 자극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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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02시 22분' 제니 역의 아이비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언론시연회를 하고 있다. 2023.07.3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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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금까지 발랄하고 튀는 역할을 주로 해서 일상적인 연기를 많이 못 해봤다"며 "경험하지 못한 현실적인 부부 연기나 엄마 역할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관객들 반응이 다른 것도 신선했다. 뮤지컬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와 그날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지만, 연극은 막을 내린 후 그 열기가 한 번에 다가왔다. "첫 공연 때 관객들 반응이 궁금했는데, 기립박수를 받았다. (깜짝 놀라는 반응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반응이 좋아 보람 있었다"고 떠올렸다.

13년간 활보해 온 뮤지컬 무대의 내공도 발휘됐다. '노래'라는 무기를 내려놓았다는 물음엔 "(연극도) 대사로 하는 노래와 같다"고 답했다. "첫 공연인데도 추임새 등 애드리브가 나오는 걸 보고 스스로 놀랐다"고 웃었다.

아이비는 10년 넘게 무대를 해왔지만, 한 번도 편했던 적은 없다고 돌아봤다. 2016년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 역으로 처음 합류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대 공포증도 생겼지만, 그 덕에 무대가 더 소중하고 성스럽게 여겨진다고 했다. "무대는 가장 좋아하는 곳이지만, 가장 무서운 곳"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두려움은 있어요. 그래도 첫 공연의 고비만 잘 넘기면 괜찮죠. 지금 주어진 현재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너무 매몰되는 것도 경계하는데, 큰 욕심을 내거나 집착하지 않아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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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02시 22분' 주연 배우 아이비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07.3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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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했다. "보기보다 굉장히 노력파에요. 하하. 전작인 '물랑루즈!' 때도 저녁에 연습이 끝난 후 따로 연습실을 잡아서 2~3시간 더 연습하고 새벽에 집에 갔어요. 대사 암기나 순발력이 뛰어나진 않기에 남들보다 배로 연습해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죠. 스스로 계속 채찍질하는데, 그런 연습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비는 이번 작품을 기반으로 앞으로 쭉 연극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극장 크기와 상관없이 그의 1순위는 '재미'다.

"'2시 22분'은 숨겨져 있는 힌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흥미를 느끼고 연극에 대한 장벽을 허물었으면 해요. 제가 생각보다 예뻐 보이려는 욕심은 없어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나 재미있는 연극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러브콜 많이 보내주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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