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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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27일(현지시간) 하락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로 시장 컨센서스인 2%를 넘어서며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고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골디락스의 단꿈에 젖어 상승하던 미국 증시는 오후 1시부터 상승폭을 줄이더니 하락 마감했다.
이날 미국 증시의 하락 반전은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가 통제 범위를 어느 정도 벗어나도 일본은행(BOJ)이 이를 용인할 것이라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였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28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국채수익률 곡선 통제(YCC: Yield Curve Yield) 정책을 완화했다.
YCC는 장기 국채 금리가 목표치를 넘어서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국채 금리가 통제 범위 밖으로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0.5%를 넘지 않도록 YCC 목표치를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28일 회의에서 0.5%라는 목표치를 유지하되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를 다소 넘어서더라도 국채를 매입하지 않고 어느 정도 용인하기로 했다. 이는 일종의 긴축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소식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리기 전인 29일 새벽(미국 동부시간 28일 오후)에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로 전해졌고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동반 하락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0.7% 하락하며 1987년 이후 최장기 상승세가 중단됐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0.6%가량썩 떨어졌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0.16%포인트 급등하며 4%를 돌파했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에 미국 증시가 경기를 일으킨 것은 왜일까.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채를 포함해 미국 증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국채 수익률이 더 올라가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것이 궁극적인 두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해 자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금융시장을 흔들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전에도 일본은행의 YCC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12월에 YCC 범위를 0.25%에서 0.5%로 올렸을 때도 미국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가운데 마지막 남은 저금리 주축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5월에 2%를 밑돌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해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 YCC 정책을 종료해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채권을 매각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BMO 캐피탈 마켓은 투자노트를 통해 일본은행의 YCC 정책 변경에 따른 금융시장 발작은 지난해 12월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투자할 때 내야하는 환 헤지 비용이 올라갔는데 일본은행이 YCC 정책을 완화해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환 헤지 비용이 떨어져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에 따른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투자자들에게 일본 국채보다 미국 국채가 더 매력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은행의 YCC 변경 보도에 따른 28일 미국 금융시장의 발작은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주식 매도의 핑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고 경제 성장세는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장기 상승세에 따른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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