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직속 납북자대책반 신설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통일부가 남북 교류와 대화를 담당하는 조직 4곳을 통폐합하고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대책반을 신설한다. 지난 4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미 단행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조직이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대북지원부 탈피’ 지침에 이어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기 직전에 이러한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80명 이상 인원이 재편(축소)될 예정으로, 통일부는 연일 뒤숭숭한 분위기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직개편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남북대화와 접촉, 교류가 거의 제로(0) 상태에서 그 부분을 대폭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며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축입사무소 등 4개를 통합해 전담기구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4개의 조직이 통폐합되면서 80명이 넘는 인력이 재편 또는 축소된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따라 1급(고위공무원단 가급) 6명 중 개방직을 제외한 5명과 전 통일비서관을 포함한 총 6명의 고위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 차관은 “어느 정도 선에서 수리할지 오늘 오후 취임하는 장관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남북대화 관련 부처가 사라지는 반면 납북자대책반이 장관 직속으로 신설된다. 문 차관은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는 장관이 직접 본인 어젠다로 챙겨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제31조는 통일부 장관의 업무에 대해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안이 통일부의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문 차관은 “남북대화를 포기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을 반영해 조직을 개편하고 운영하겠지만, 큰 방향성은 조직이 유연성과 효율성을 띠어야겠다는 차원에서 통폐합하는 것”이라며 “남북대화 수요가 발생한다면 빠른 시일 내 재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선에서 통폐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어 쉽게 단정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경우 통일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0명이 있으면 일을 못하고, 50명이 되면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라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정보 분석 역량을 강화한다. 직제령 개정은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와의 조율 과정을 거쳐 8월 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28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간판 아래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신임 장관이 취임하기 전 급작스럽게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처 운영 방안과 인사 방향에 대해 신임 장관이 취임하기 직전 차관이 먼저 설명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8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의 이동이 불가피하고, 고위 공무원단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되면서 부처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한 총책임자가 누구인지 묻는 말에 통일부 당국자는 “답변이 곤란하다”면서 “조직문제를 균형감 있게 보려고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4월에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 기능을 남북회담본부로 통합 이관하고, 교류협력실을 교류협력국으로 격하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