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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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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우주 배경 영화, 영원히 쳐다만 볼 순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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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고립 우주대원 구출 다룬 '더 문'…"아내는 도전 그만하라고"

"용서·구원에 관한 이야기…신파? 영화엔 희로애락 있어야"

연합뉴스

영화 '더 문' 연출한 김용화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개봉일이 다가오니 (긴장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타임머신 타고 일주일 후로 가고 싶기도 해요. 집에서는 의연한 척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나 봐요. 며칠 전에는 아내가 절 관찰하다가 '오빠, 이제 도전은 그만해' 하더라고요. 하하."

저승세계를 보여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이른바 '쌍천만' 대기록을 세웠던 김용화 감독이 이번에는 우주 배경의 영화 '더 문'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국내 최초로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한 우주 배경의 영화다. 사고로 혼자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 분)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미국 항공우주국(NASA) 디렉터 문영(김희애)의 사투를 그렸다.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우주 영화라고 하면 외국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여기서 더 늦어지면 우리는 영원히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형태의 영화"라고 도전의 배경을 밝혔다.

"'신과 함께'를 본 관객들이 제가 만든 것 이상으로 평가를 해주셨어요. 그다음 작품으로는 내가 과거에 잘했던 것을 더 열심히 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느냐 선택해야 했지요. 전 당연히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그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냐는 거잖아요. 그래서 현재 기술력을 살펴봤죠. '아, 이 정도면 우주로 나가도 되겠구나'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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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문'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과 함께'로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김 감독은 '더 문'에서도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우주의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광막한 우주 사이를 떠다니는 탐사선을 비롯해 달 표면으로 쏟아지는 유성우, 하물며 달에서 타고 다니는 월면차 같은 소품까지 생생하게 구현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스튜디오가 VFX를 책임졌다.

놀라운 점은 '더 문'의 제작비가 280억원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VFX 비용으로 약 61억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할리우드 우주 영화에 최소 1억달러(1천270억원)가 투입되고 그 중 절반가량이 VFX에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비용·고효율'로 우주 체험 영화를 완성해냈다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샷 수를 줄이되, 그 샷을 다른 어떤 우주 영화보다 높은 품질로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둔 덕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NASA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철저한 고증도 거쳤다.

"시나리오에서 의심되는 부분은 다 검증했어요. 세 기관에 '이거 가능합니까?, 유성우가 이렇게 내립니까? 달 뒷면 이렇게 생긴 거 맞아요?' 같은 질문을 쏟았죠. 전문가분들한테 응원도 많이 받았어요. '할 거면 더 와일드하게 해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30년에 달 착륙을 계획하고 있어요. '더 문'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고 정말로 실현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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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문'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은 '더 문'에서 우주를 구현해내는 기술력만을 뽐내지는 않는다. 선우를 구하기 위해 단합하는 우주인들을 보여주면서 국적을 초월한 인류애를 보여준다. 그가 우주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근본적인 이유도 '인간'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10년 전쯤 천문학 박사님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분이 갈등을 겪는 누군가와 별이 다 보이는 산에 가서 화해하면 자기 자신이 아주 작아 보인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때의 울림이 아주 컸어요.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너무 작고, 그 안에 사는 인간은 먼지보다도 작잖아요.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우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 생각이 확장되며 '더 문'을 만들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나 최근 시사회 후 이런 메시지와 고립과 구출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려다 이상한 선택을 하는 걸 피하려 했다"면서 "제 예전 작품 '미스터 고'의 설정이 어찌 보면 그런 쪽"이라며 웃었다. '미스터 고'(2013)는 야구를 하는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로, 13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더 문'에서 구출에 대한 이야기는 서브플롯(부차적 이야기)이고, 중점적인 플롯은 용서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예요.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위로받아야 하는 존재잖아요. 저는 영화가 그 위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감독을 꿈꿨어요. 이걸 신파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지만, 전 영화에는 희로애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어떻게 눈물이 없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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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문'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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