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자극한 밥상 물가
올해 내내 이어진 이상기후에
물가 불안 커지자 정부 "100억 투입"
최근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상추, 깻잎, 양파, 오이, 계란, 닭, 돼지고기 등 15개 남짓 식자재 가격을 더하니 약 10만 원에 달했다.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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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의심했어요. 반찬거리용 식자재를 샀을 뿐인데 10만 원이라니...”
최근 장을 본 주부 이세영(41)씨는 “미친 날씨와 미친 물가를 실감했다”고 했다. 상추, 깻잎, 양파, 오이, 계란, 닭, 돼지고기 등 15개 남짓한 반찬거리용 식자재를 카트에 담으니 가격이 10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이 5개가 7,000원이어서 몇 번을 들었다 놨다 고민했다”며 “장마 끝나고 폭염이 오면 가격이 또 오를 테니까 오늘이 제일 쌀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샀다”고 말했다.
26일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선언했지만 식탁 물가 불안은 이제 시작 단계다. 보통 집중호우가 지나간 2주 뒤부터 그 여파가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밥상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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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유독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는 건 3월 이른 더위→4월 쌀쌀한 날씨→5월 잦은 비→6월 폭염→7월 이른 폭우로 작황이 어려워진 탓이다. 대표적인 게 4월 말부터 자주 내린 비 때문에 가격이 치솟은 감자다. 수확한 감자는 저장하기 전 건조할 시간이 필요한데 비가 계속 내린 탓에 건조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자, 출하량이 줄면서 값이 크게 올랐다. 실제 5월 감자 도매가격(20kg·6만6,554원)은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군 장병이 폭우 피해 지역인 충남 청양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26일 대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청양=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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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이귀임(55)씨는 “한 달 전 3만~4만 원이던 상추 4㎏을 8만2,000원에 주고 샀는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상태가 영 안 좋다”며 “밑반찬에 쓰는 감자와 양파, 오이 가격이 너무 올라 반찬을 줄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을 밀어 올리는 기상 재해는 장마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없다. 올해는 평년보다 비가 많이 올 확률이 높고, 엘니뇨가 4년 만에 예고되는 등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가 이어질 공산이 높아서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높아진 해수온도는 태풍이 강하게 발달하는 원인이 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 관련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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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날 물가 현안 간담회를 열고 추가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중호우, 태풍 등 여름철 기상 여건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와 물가 안정에 신경 쓸 것”이라며 “8월까지 최대 100억 원을 투입해 농축산물 할인행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폭우 여파가 큰 양파와 상추, 시금치, 닭고기 등에 대해 최대 30% 할인행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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