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전 문화방송(MBC) 사장.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편향적인 보도를 주도했던 김장겸 전 문화방송(MBC) 사장을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공영방송을 위축시키고 망가뜨린 장본인으로 지목된 이를 앞세워, 여권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 틀어막으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회의에서 당 산하에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김 전 사장을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김 전 사장이 오랫동안 언론에 종사해 전문성이 있고, 현재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자문위원과 포털 티에프(TF) 위원장을 맡고 있어 언론의 문제점, 특히 가짜뉴스로 인한 국가적·국민적 폐해를 인식하고 있기에 적격자라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1987년 문화방송 취재기자로 입사한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2월부터 정치부장을, 박근혜 정부 때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차례로 지낸 뒤 2017년 2월 사장에 선임됐다. 이 기간 동안 김 전 사장은 정부 편향적 보도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샀다. 특히 보도국장 땐 보직 간부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카메라 기자 성향을 분석한 ‘문화방송판 블랙리스트’를 만들게 했다는 의혹을 샀다. 2014년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일컬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17년 사장이 된 이후에는 부당노동행위와 각종 보도 통제로 논란을 빚었다. 이때 뒤늦게 정체가 알려진 ‘블랙리스트’는 문화방송 총파업의 단초가 됐고, 문화방송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총파업 71일 만인 그해 11월 김 전 사장을 해임했다.
김 전 사장은 최근에도 공영방송을 싸잡아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장악한 노영방송”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권의 움직임에 발을 맞춰왔다. 지난 20일 국민의힘이 연 ‘공영방송 정상화’ 토론회에선 “노영방송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의 선동과 확산에 나선 것은 불을 보듯 예견된 일”이라며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상을 뛰어넘는 극한의 조작 편파 왜곡 보도를 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위를 꾸리고 위원장으로 김 전 사장을 내세운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한겨레>에 “김 전 사장은 문화방송 사장일 때 공영방송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가짜뉴스를 분별하고 척결하는 역할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가짜뉴스가 아니라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기사나 언론을 상대로 한 공격이나 압박을 염두에 두고 (임명)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자격도 없을뿐더러 몰염치의 극치”라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참혹하게 침탈하고,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언론자유를 탄압했던 전력처럼 앞으로 가짜뉴스를 빙자해 얼마나 많은 언론탄압에 나설지 심히 우려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 7월26일 ‘국힘, 괴방방지특위 위원장에 ‘편향보도’ 논란 김장겸 임명’이라는 인터넷 기사 등에서 “보도국장 시절엔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카메라 기자 성향을 분석한 ‘문화방송판 블랙리스트’가 제작되도록 했다는 의혹을 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장겸 위원장은 “노조탈퇴 종용에 대하여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며, 카메라 기자 성향 분석 의혹에 관하여는 불기소처분이 확정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