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곡물 수출 시설에 1주일째 폭격
23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의 축일 대성당에서 한 소년이 잔해 정리를 돕고 있다. 오데사=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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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시설을 집중 폭격 중인 러시아가 루마니아 접경 지역인 다뉴브강 항구까지 공격 범위를 넓힘에 따라 세계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 선물시장에서 밀 가격이 5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밀은 2.6% 올라 부셸(약 27㎏)당 7.7725달러에 거래되며 올해 2월 21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를 두고 싱가포르의 한 곡물 중개인은 “우크라이나 수출 둔화가 시장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며 “매수자들은 러시아의 밀수출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시설에 대한 집중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러시아는 전쟁 중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수출항인 오데사에 일주일째 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댄 다뉴브강의 항구 마을까지 공격 범위를 넓혔다. 24일 러시아는 오데사의 항구 마을인 레니를 드론으로 공격해 곡물 창고를 파괴했다. 이를 두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루마니아 국경 인근으로 공격 범위를 확장해 서방을 위협했다”며 주목했다.
비록 루마니아 국방부는 영토나 영해에 대한 직접적 군사 위협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전쟁 국면이 바뀔 수도 있다. 나토 국가와 인접한 레니의 항구는 우크라이나가 위험한 흑해를 통하지 않고도 곡물 수출을 지속할 수 있는 새 경로로 거론됐다. 이에 러시아의 전쟁 옹호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경제를 황폐화하고, 서방의 무기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우크라이나는 레니 항구를 통해 곡물 수출은 물론 서방으로부터 군수 물자를 지원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뉴브강 삼각주는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몰도바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에 있어 핵심 화물 경로가 됐다. NYT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상업 선박들이 당분간 레니 항구를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의 보험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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