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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포장재를 제조하는 A 사는 업무에 투입할 인력도 부족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대비하기 위해 실무 직원이 안전관리 업무를 겸직하도록 했다. 전담인력 구성, 관련 규정·지침 마련도 해야 하지만 직원 1명으로는 벅차 시간 내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준비를 위해 인력이나 예산 등 여러 부분이 필요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던 업체가 많다”고 짚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이후 혼란기를 거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2호 사건은 모두 유죄로 결론 났다. 특히 2호 사건은 대표이사가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는 등 기업들에 법 준수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그러나 법리적 측면에서 모호한 부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두 사건에서 법원은 경영책임자가 부담하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았으면 실형에 이를 수 있다는 판례를 남겼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구체적 이행 여부, 의무 불이행과 중대재해 간 인과관계 등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나오지 않아 기업들의 대책 마련에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두 번째 사건에서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내년 1월 법 적용을 받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불리한 요소로 해석된다.
중소기업들은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내년 1월 27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할 수 없다고 밝힌 50인 미만 사업장은 40.8%에 달했다. 제조업은 39.6%, 비제조업은 44.8%가 “준수 불가능”을 외쳤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 중 ‘안전보건전문인력 배치(20.8%)’에 가장 부담을 느꼈다. ‘안전보건 관련 예산 편성·집행(14.2%)’과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운영(12%)’도 어렵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인력과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시행되고 나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고를 예방한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1년 이상 준비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주장이다.
서 실장은 “한 번 사고가 나면 중소기업들은 대표자가 구속되고, 시스템이 전부 망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 망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에 딸린 근로자들과 가족 모두 길바닥에 나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중점을 둔다면, 사전에 교육하고 준비시키는 과정들이 중요한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유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8~9월 전국 순회 설명회와 상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안전보건공단, 대한전문건설협회 등과 연계해 전국 30개 지역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대응방안, 위험성 평가 실시 방법, 산재예방 관련 정부 지원사업 등을 안내할 방침이다.
[이투데이/정수천 기자 (int100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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