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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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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간첩?...中 '늑대외교' 일인자의 실종 미스터리[스토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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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무장관으론 5년만에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에 앞서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6.1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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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의 실각. 2014년 중국의 사법 총수 격인 저우융캉 중앙정치법률위 서기 체포….

중국 지도부가 스캔들로 인해 실각하는 일이 십여년 만에 반복된 것일까.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 겸 국무위원이 한 달 가까이 공식행보를 하지 않으며 무수한 추측이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는 '건강 문제'라고 짧게 설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중화권 언론들은 간첩 혐의부터 불륜과 혼외자 추문까지 갖가지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친 부장에게 실제로 어떤 비리가 있는지를 떠나서 이번 일은 누구든 소리없이 체포, 구금할 수 있는 중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대미외교 긴박한데 자리비운 수장

중국 외교부와 외신을 종합하면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25일 이후 친 부장의 소식이 없다. 친 부장의 마지막 행보는 당시 베이징에서 스리랑카, 베트남 외교부 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 등을 만난 것이다.

부처 수장의 외교활동과 동정을 업데이트하던 활동이 21일 기준으로 한 달 가까이 멈췄다.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는 친 부장 대신 전 외교부장인 왕이 정치국원이 참석했다. 또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의 중국방문 등 외교부장으로서 당연히 챙길 일이 많았지만 친 부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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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 외교부장(붉은색 이름)의 소식이 6월25일 이후 끊긴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사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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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행'이 길어지니 의문이 쏟아졌다. 공식적인 이유는 '신체(건강) 문제'이지만 단지 그것뿐이겠냐는 것이다. 현재 그에 대해선 홍콩 아나운서와 불륜설, 간첩 혐의설,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찍혔다는 설 등이 유력하다.

첫째 그가 이성 문제로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다. 대만 언론 연합신문망(UDN)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인용, 친 부장이 주미대사 재임 기간 만났던 홍콩의 TV 앵커 푸샤오톈과 함께 사라졌다는 소문을 전했다. 둘 사이에 혼외자가 있다는 추측도 일고있다.

둘째 이밖에 친 부장이 중국 내 고급정보를 미국에 흘러 들어가게 했다는 간첩 혐의도 제기된다. 셋째 친 부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그가 시 주석의 외교노선을 앞장서 실행하던 충성파였단 점에서 진위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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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현지시간) 베이징을 방문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과 만나고 있다. 2023.6.2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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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의전 맡고 급부상…전랑외교 일인자

친강 부장은 1966년 텐진 태생으로 1988년 베이징 국제관계대학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외교부 산하조직에 들어갔다. 그가 일하던 북경외교인원복무국은 중국 주재 외국 외교관들을 상대하는 곳이다.

1992년엔 외교부에 입부, 1995년부터 10년간 주영국 중국대사관 공사로 재직했다. 2005년 외교부 신문사 사장(한국의 부서장) 및 대변인을 지냈다. 당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중일 간에도 첨예한 쟁점이었고 친 부장은 일본에 비판적인 논평을 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외교부 의전부서인 예빈사 사장이었다. 이때 시진핑 주석의 외교활동을 보좌하면서 시 주석 눈에 든 걸로 알려졌다. 이후는 고속승진이었다.

2018년 외교부 부부장이 됐고 2021년 7월 주미 중국대사로 부임한다. 시 주석의 신임이 두터웠던 그는 지난해 말에는 외교부장으로 임명됐다. 장기간 외교부장을 맡아 온 왕이 정치국원의 후임이다. 석 달 후인 올해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지도부 최고위 인사인 국무위원까지 겸직하게 된다.

그는 이 과정에서 중국의 국익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상대국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이른바 전랑(늑대) 외교의 주역이 된다. 주미대사 시절 미중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외교부장이던 지난 4월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친강 부장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권력 순위를 다투던 유력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비리 혐의 등으로 실각한 사례가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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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현지시간)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회담을 갖고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6.2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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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저우융캉→?...사라진 친강 미스터리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1949~)는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꿈꿨을 만큼 유력했던 인물. 그러나 2012년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금횡령 등 온갖 혐의로 체포되며 한순간에 몰락했다.

그는 저렴한 주택공급과 같은 경제정책, '창홍타흑'이라는 부패척결 캠페인 등으로 충칭을 넘어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2년 부패 척결 작업의 심복이던 인물 왕리쥔을 제거하려다 왕리쥔이 망명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게다가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 여사가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겹치면서 보시라이 자신이 부패인물로 추락하게 된다.

'충칭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잘 나가던 보시라이는 당 정치국에서 퇴출됐고 2013년 9월 법원에서 무기징역 선고를 받기에 이른다.

한편 저우융캉(1942~)은 중국 공산당 서열 9위 상무위원이자 사법권 총수로 여겨지는 중앙정치법률위(정법위) 서기를 겸할 만큼 위세가 대단했지만 스캔들과 부패 의혹에 추락했다.

저우융캉은 2014년 법정에 섰는데 혐의 중에 간통과 같은 성추문이 있었다. 그는 쓰촨성 서기일 때 성매매를 하고 성상납을 받기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28살 어린 CCTV 앵커 출신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부인을 청부살해했다는 충격적인 혐의도 받았다. 아울러 또다른 내연녀와 관련된 기밀유출 연루 혐의를 받았다. 법원 판단은 무기징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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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과 조인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3.7.1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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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은 개인 비리도 있었지만 중국 공산당의 권력다툼도 몰락의 한 배경이다. 보시라이는 시진핑 주석이 막 최고지도자에 오르려 하던 2012년 체포됐고, 그가 판결을 받은 2013년은 시 주석의 집권 첫 해다. 저우융캉 또한 전임 후진타오 주석 시대에 승승장구했지만 시 주석 집권 2년차에 무기징역 판결을 받고 사라졌다.

두 사람 모두 상하이방 출신으로 시 주석의 강력한 권력 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저우융캉이 실각하면서 그때까지 태자당, 공청단과 함께 중국 지도부를 이루던 상하이방 계파는 사실상 힘을 잃고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기 시작한다.

물론 친강 부장의 경우 의문이 더 있다. 그는 시 주석이 발탁해 키운 정치인이다. 이전 경우처럼 시 주석과 권력을 놓고 대립하는 인물로 보긴 무리다.

다만 영국 더타임즈는 "중국에서 고위 정치인을 둘러싼 불륜설은 당 노선에 반기를 든 인물을 제거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보는 등, 의혹 이면에 복잡한 사정을 짐작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에선 논란의 인물들이 한순간 사라지는 일이 종종 있다. 여자 테니스선수 펑솨이는 2021년 장가오리 전 부주석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약 2주간 사라진 바 있다.

중국인 최초 인터폴 총재이던 멍훙웨이는 2018년 9월 중국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의 수장이 사라지는 초유의 일이었다. 나중에야 중국 당국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그를 수감한 게 드러났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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