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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무인지게차 일사불란…"우린 안 멈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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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 판금공장에서 로봇팔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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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찾은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 판금공장에 들어서니 수십 개의 주황색 로봇팔이 각기 다른 기역과 시옷을 만들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 속에서 사람이 타지 않은 지게차가 이리저리 물건을 날랐다. 이웃한 가공공장에는 흰색의 거대한 공작기계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었다. 유리창으로 밀폐된 기계 내부를 들여다보니 절삭유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철강재가 일정한 형태로 깎여나갔다.

공장 설계에 참여한 이기복 현대엘리베이터 기성(기술직)은 "사람에 의존하던 공정을 자율화해 필요 인력을 최소화했다"며 "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고 24시간 가동으로 유연한 생산 계획 수립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78%에 달한다. 숙련공의 경험이 필요한 베어링 결합, 비닐 씌우기 등 자동화 비용이 더 드는 일을 제외하면 모두 무인 로봇이 작업 중이었다.

반면 충주공장 이전 전 사용된 현대엘리베이터 이천공장의 자동화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새 공장의 자동화율을 58%포인트 높인 이유는 중국산 저가 부품과의 경쟁을 위해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엘리베이터 기업은 권상기(엘리베이터가 수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동력원) 등 핵심부품을 중국에서 공수해 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며 "반면에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일하게 충주공장에서 이를 직접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건비 탓에 자동화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접촉 없이 조작하는 이른바 '터치리스' 기술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스마트캠퍼스 본관에 다양한 시제품이 마련돼 있었다. 이동을 원하는 층수를 말하는 것만으로 움직이는 음성인식 기술,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 버튼 장치가 돋보였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터치리스 기술을 오래전부터 개발해왔다"며 "손을 가까이 하면 접촉으로 인식하는 '모션 콜' 버튼 제품은 이미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충주공장은 지역 상생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준공 이후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함께 이전한 협력사 10곳을 포함한 직접 고용 인원만 1600명으로 경제적 기여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김대년 충주시 투자유치팀장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보니 지역 대표기업으로 여겨진다"며 "앞으로 협력사 5곳을 더 유치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간 다툼은 지역의 걱정거리"라고 덧붙였다.

쉰들러홀딩아게는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 2위 업체이나 국내 진출은 소극적이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가량으로 추정된다. 지지부진한 한국 시장 공략에 대해 십여 년 전 알프레드 쉰들러 당시 회장은 한국 정부의 독점금지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인수를 대비한 의미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 간 기업결합이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하면 인수 승인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로 올라서면 충주 엘리베이터 산업 클러스터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우려가 있다. 여타 글로벌기업과 같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오프쇼어링(제조업 해외이전) 흐름 속에서도 국내에서 승강기 산업의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충주 지역과 상생하는 것은 물론 K엘리베이터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충주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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