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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학생인권조례 교권 침해 부추겼다"…조희연 조문에 서이초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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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 교사가 사망하기 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육 당국이 자체 조사에 나선다. 교육부는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는 등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아동학대죄 면책 조항 등을 담은 법 개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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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에서 시민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정식 추모공간은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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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교육청 서이초 자체 조사…노조 “악성 민원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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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폐지범시민연대 관계자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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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늘부터 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사망하신 교원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로부터 고인이 사망 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교사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커지자 교육부도 자체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날 서이초에 조문 차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필요하면 (서이초) 선생님 의견을 전수로 듣는 과정까지 포함하겠다”고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서이초 전·현직 교원들의 제보를 공개하며 “고인이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숨진 교사와 함께 근무했던 A교사는 “고인이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B교사는 “학생끼리 다툼을 놓고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폰으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해서 고인이 ‘번호를 바꿔야겠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서이초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C교사는 “학교폭력 민원을 넣는 학부모 대부분이 법조인이었으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등의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13년차 학생인권조례 손보는 경기…“교권 침해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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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최근 사망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교육당국의 수사를 촉구하는 문구를 적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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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교사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차별로 인식돼 수업이 어려워졌고, 개인의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다 교사 폭행, 명예훼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며 “시·도교육감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뒤 2012년 서울과 광주, 2013년 전북, 2020년 충남·제주 등 6곳에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지역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지만 체벌 금지와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사들의 학생 지도가 힘들어졌고 교권 침해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해왔다.

개정에 가장 먼저 두 팔 걷어 붙인 건 인권조례를 처음 제정했던 경기도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조례 일부를 수정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학생과 보호자의 책무를 규정한 4조에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학습권에 대한 내용을 담은 8조에는 상·벌점제 금지조항을 보완해 학생 포상, 조언, 상담, 주의, 훈육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한다. 임 교육감은 “개정 취지를 반영해 조례 명칭도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변경하고, 연내에 개정을 마치겠다”고 했다.



與 “민주당, 교권보호 법안 개정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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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규교사의 유족이 2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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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교원의 정당한 지도 활동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교육위원회 간사)은 이날 국회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과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교육·학습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관할 교육청 또는 학교장이 교원 피해를 인지했을 때 해당 학생·학부모와 교사를 즉시 분리하는 내용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개정안은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8건이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동학대 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지자체·수사기관 조사 전 담당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등 교원 보호 장치를 두도록 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에는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교원 지위 향상법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를 학생생활기록부에 남기고, 교육지원청에 지자체 단위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야당 의원들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지만, 교권 침해의 생활기록부 기재 등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아주 사소한 교권 침해 행위까지 기재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적 차원에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히 그 학생에 대해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관할 교육청 또는 학교장이 교원 피해를 인지했을 때 해당 학생·학부모와 교사를 즉시 분리하는 내용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틀 째 이어지는 추모 물결…“교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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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도 서이초에는 추모객의 방문이 이어졌다. 전날과 달리 교내에 추모 공간이 마련돼 목례를 하고 꽃을 놓는 조문객들이 줄이었다. 1500개가 넘는 근조화환이 학교를 둘러쌌고 학교 정문에 붙어있던 떠난 교사의 영면을 비는 메모 글은 담장을 넘어 내부 곳곳에 붙어있었다. 전날 하루 약 2300명이 서이초를 찾아 조문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조용하던 학교는 조희연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조문으로 잠시 소란해지기도 했다. 관계자와 10여분 간의 비공개 면담 후 학교를 나선 조 교육감에게 “교사를 지켜라”며 항의하는 추모객도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조 교육감의 발언을 들은 한 초등 교사는 “조 교육감이 ‘교사들이 일과 외 다른 일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교사의 주요 일과는 수업과 학생 지도다. 학교폭력 업무 등은 방과 후에 따로 모이는 식으로 가욋일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을 고치겠다고 하는데, 진정성 없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교육청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한 분향소에도 추모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 직후 강남서초교육청을 찾아 헌화한 후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최민지·정상원 인턴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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