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주유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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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선 가운데 국내 휘발유·경유값도 바닥을 찍고 2주째 반등하고 있다. 그간 잠잠했던 기름값이 움직이면서 물가·무역수지를 함께 자극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9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싱가포르 시장 현물가)은 배럴당 80.99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6.15% 오른 수치다. 지난달 중순까지 70달러 초·중반이었지만, 최근 들어 우상향 그래프가 뚜렷해지면서 8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름세다. 배럴당 80~90달러를 오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94.47달러(19일 기준), 90달러대였던 국제 경유 가격은 100.9달러로 치솟았다.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달러화 약세,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항공 수요 급증 등이다. 휘발유 사용이 많은 '드라이빙 시즌' 여름이 찾아온 데다 전 세계적인 극한 폭염으로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큰 불안 요소다.
김영희 디자이너 |
그러다 보니 수개월간 내림세가 이어졌던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들썩인다. 지난 6일 동시에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당 1587.16원, 경유 판매가는 1399.14원까지 올랐다. 특히 경유는 한 달여 만에 1400원대 재진입을 앞뒀다. 국제 유가 변동분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름값이 변수로 튀어나오면 물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7%로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상승률 둔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제품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기저효과 속에 1년 전보다 25.4% 내려간 덕분이다.
이러한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세가 길어질수록 물가 하락 폭 상쇄는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집중호우에 따른 농경지 침수·가축 폐사, 흑해곡물협정 종료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 변동으로 전방위적인 물가 압박 요인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전 세계적 폭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가 안 좋은 중국까지 본격적인 부양 정책에 나서면 에너지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원유·가스 등 에너지 비축 물량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등 기대가 커지는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흑자로 16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지만, 수입 감소율이 11.7%로 더 큰 덕분이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27%가량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개선을 주도했다.
하지만 수출 부진은 여전한데 원유 중심으로 수입 가격이 들썩이면 무역수지는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원유는 품목별 수입액 1위인 만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에너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하반기 수입은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 예측과 어긋날 수 있다. 이미 7월 1~10일 무역수지는 2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환율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무역수지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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