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비판 기사 썼다고…"잘리게 해줄게" 와인병 던진 변호사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자에게 와인병을 던지고 “회사에서 잘리게 하겠다”며 협박한 변호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특수상해와 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협박하고 상해를 가하는 과정에서 재물도 손괴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데도 특수상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A씨는 2021년 11월 한 와인바에서 기자 B씨와 모임을 하던 중 B씨가 과거 보도했던 공수처 비판 기사를 거론하며 “난 더불어민주당 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다. 회사에 이야기해 널 자르게 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다. A씨는 B씨에게 와인을 뿌리고, 와인병과 깨진 와인 잔 등을 던져 손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법정에서 A씨 측은 “취기와 공황장애 증세로 당시 기억이 없다”며 B씨가 유리 조각을 실수로 만져 손을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폭행해 사람을 다치게 하는 특수상해의 법정형은 벌금형 없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려다 실패한(미수) 경우 그보다 형량이 낮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과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가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징역 1년형이 확정되면 A씨는 향후 6년간 변호사 자격이 박탈된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날 때까지 변호사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5월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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