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14배 농지 침수 피해
가축 79만마리 폐사… 가격 더 오를듯
러 곡물협정 거부로 밀 가격 상승
정부, 양파-닭고기 등 할인지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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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농산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일부 채소값이 일주일 새 40% 가까이 뛰었다. 가축 폐사로 축산물 가격도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가능케 했던 ‘흑해 곡물수출협정’까지 종료되면서 세계 곡물 가격 인상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 상추값 일주일 새 39% 상승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시금치 도매가격은 4kg에 5만4840원으로, 집중호우가 시작되기 전인 12일보다 38.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적상추는 39.0% 올랐고, 대파 가격도 34.8% 상승했다. 12일 20개에 1만5120원이었던 애호박은 2만7640원으로 82.8%나 뛰었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최근 집중호우로 농지 피해가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까지 농경지 3만3000ha가 침수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ha)의 114배에 달한다. 또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농업시설 52ha가 파손됐고, 가축은 79만7000마리가 폐사했다. 특히 육계는 58만1300마리가 폐사해 이미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인 닭고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닭고기 도매가격은 kg당 3954원으로 1년 전보다 13.7% 올랐다.
19일 괴산댐 월류로 수해를 입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 농지에서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13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 여파로 전국에서 여의도의 114배에 달하는 농지가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적상추 가격이 12일에 비해 39.0% 오르는 등 농작물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괴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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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잦아진 호우로 보리와 양파는 생산량 자체가 이미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보리 생산량은 9만7794t으로 1년 전보다 1.1%(1042t) 줄었다. 보리 생산량은 2020년부터 4년째 감소세다. 양파 생산도 전년보다 1.9% 감소했다. 반면 마늘은 생산량이 16.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국제 곡물 가격도 상승 압력 ↑
러시아가 흑해 곡물수출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 거점을 공격하고 나서면서 밀을 비롯한 국제 곡물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3.0%, 옥수수 가격은 1.4% 올랐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등의 세계 주요 수출국 중 하나다. 전쟁으로 흑해를 통한 수출이 막히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했지만 러시아는 최근 이 협정의 종료를 선언했다.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이 다시 막히면 곡물 가격이 오르고 이는 빵과 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다 올 하반기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어 우유가 들어간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도 우려되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내년 원유값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도 원유 가격은 L당 1065∼1100원 범위에서 정해진다. 원유 가격이 1000원을 넘어서는 건 처음이다.
정부는 집중호우로 가격이 급상승한 양파, 상추, 시금치, 깻잎, 닭고기 등을 20일부터 농축산물 할인지원 품목으로 선정해 물가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닭고기는 8월까지 할당관세 물량 3만 t을 도입해 가격 안정에 나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추, 시금치 등 시설채소와 닭고기 등 가격이 불안한 품목에 대해 신속한 재파종 지원 및 조기 출하 유도,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밥상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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