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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계좌 풀려면 돈 내라"… 자영업자 울리는 '통장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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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법 악용
지급정지 만들어 금전 요구 협박
정부·국회, 피해자 구제책 추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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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현금 없는 손님들에게 입금 받을 때 쓰던 은행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며 갑자기 지급정지를 당했다. 사기범으로부터 지급정지를 풀어줄테니 200만원을 보내라는 연락을 받은 A씨는 당장 영업을 하기 위해 현금을 입금했지만 지급정지가 풀리지 않아 돈을 날리고 장사도 쉬어야 했다.

멀쩡한 계좌를 지급정지 상태로 만든 후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돈을 뜯어내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성행하고 있다. PC를 마비시킨 후 정상화시켜주겠다며 송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와도 유사하다. 특히 현장에서 현금 없는 손님들에게 카드결제 대신 계좌입금을 받아오던 소상공인들의 계좌도 이같은 신종 보이스피싱의 타깃이 되고 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요청건수는 2020년 3만3730건에서 2021년 4만5321건으로 1년새 34% 증가했다. 지난해 1~3분기 지급정지 요청건수는 4만1414건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장협박 관련 직접적인 통계는 없지만 금융업계는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건수를 통해 통장협박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꾸준히 감소하는 흐름과 대비된다. 2019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6720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해 지난해 1451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지급정지 요청 건수는 매년 늘고 있어서다.

이른바 '통장협박'으로 불리는 신종 보이스피싱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멀쩡한 계좌를 정지시킨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를 유인해 특정 소상공인 계좌로 돈을 보내도록 한다. 이 피해자가 사기를 당했다며 해당 계좌를 수사당국에 신고하면 그 계좌는 지급정지상태가 된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이 계좌주인인 소상공인에게 "지급정지를 해제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통장협박은 최근 소상공인 계좌를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과거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대포통장을 대상으로 삼았던 데서 양상이 변화한 셈이다. 지급정지 신청자 외에는 해제 신청을 할 수 없음에도 당장 영업이 시급한 소상공인의 어려운 상황을 노린 것이다.

당국은 해당 계좌가 피해금 갈취에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피해금액을 제외하고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사기이용계좌에서 피해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계좌 전체에 대해 지급정지가 실행되는 데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치권에선 통장협박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연달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대표 발의했다. '통장협박' 이나 '간편송금' 등 보이스피싱 수법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 3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도 정무위에 상정돼 절차를 밟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되는 대포통장 유통을 막기 위한 보완책도 추진된다. 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최근 검거한 대포통장 유통조직은 유령 법인 42개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190개의 계좌를 개설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법인 실존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 등 검증을 강화하고 다수의 계좌 지급정지 이력이 있는 법인 관련자의 추가 개설 신청에 대한 모니터링 등 금융기관 내부 통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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