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140개 의료기관 4만5천명 참여…부산대병원 등 파업 지속
노조 "국민 지지·공감대 형성"…정부 "간호인력대책 등 충실히 추진"
텅 빈 입·퇴원 수납 창구 |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간호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 140개 의료기관에서 벌인 총파업을 이틀 만에 종료했다.
이에 따라 13∼14일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던 진료 차질과 이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도 일단 봉합되게 됐다.
노조는 산별 총파업 대신 의료기관별 현장 교섭을 진행한다는 방침인데 부산대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에선 개별 파업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 19년 만의 총파업 마무리…"환자진료 정상화 위해 노력"
보건의료노조는 파업 이틀째인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틀간의 산별총파업투쟁으로 노조 요구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국민의 지지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환자 안전과 불편, 보건복지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파업을 14일 오후 5시에 종료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가 19년 만에 벌인 이번 총파업엔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에서 4만5천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부산대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 노조도 파업에 참가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집회 |
이틀간의 총파업 기간 노조와 의료기관들은 응급수술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 등을 위해 필수인력을 투입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선 혼란과 진료 차질이 나타났다.
이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파업 종료를 알리면서 "국민에게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불편이 헛되지 않도록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보건의료 체계를 정상화하고 환자분들의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는 "산별총파업 종료 결정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각 병원에서도 조속히 노사 협상을 타결해 의료 공백이 없길 바란다"며 "복지부는 앞서 발표한 간호인력지원종합대책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앞으로도 충실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장기화 우려도 나왔지만…노조 "국민·정부 공감대 형성 성과"
큰 틀에선 정부도 방향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일부는 정책 추진 의사까지 이미 밝힌 내용이라는 점에서 양측간 쟁점 대립은 크지 않았는데, 그래서 쉽게 풀릴 수도, 반대로 오히려 잘 안 풀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노조는 정부에 각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분명히 내놓으라고 주장했고, 정부는 합당한 절차를 밟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보건의료노조 파업 관련 긴급상황점검회의 |
노조 단체행동에 강경한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물려 복지부가 업무복귀 명령까지 언급하면서, 강 대 강 구도로 흘러 당초 13∼14일로 예정됐던 총파업이 내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노조가 이날 총파업 종료를 결정한 데에는 보건의료노조 파업은 다른 산별노조 파업과 달리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데 대한 부담감 내지 책임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주요 의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파업 종료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복지부와 12∼14일 세 차례 면담을 통해 "의료현장의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시행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측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는 2025년 종합병원에서 우선 실시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하고, 감염병전담병원 경영난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등의 정부 답변을 얻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이틀째 맞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
◇ 현장 파업 불씨 남아…부산대병원 등은 투쟁 지속
산별총파업은 끝났지만, 개별 의료기관별로는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을 주요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부산대병원 노조의 경우 내주까지도 파업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파업 참여 인원이 특히 많은 부산대병원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은 지난 이틀간 입원과 외래 진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가 됐을 정도로 파업 여파가 큰 곳이기도 했다.
부산대병원은 일반병동 환자 700명가량을 퇴원시킨 채 특수병동 환자 150여 명 250여 명만을 관리하는 중이며, 양산부산대병원도 1천280병상 중 100병상 미만에만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노사 갈등이 첨예한 조선대병원과 광주기독병원, 순천 성가롤로병원 등에서 내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서울 사립대병원들의 경우 지금부터 교섭을 진행할 건데 타결이 안 되면 17일부터 파업을 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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