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CPI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5월 CPI 상승률(4%)보다 1%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전문가 전망치(3.1%)보다도 낮다.
박경민 기자 |
물가 상승세 둔화를 이끈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16.7%)이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인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에 국제 유가가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6월 미국 CPI는 전년 대비 9.1% 급등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유가 잡기에 나섰고,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 유가는 빠르게 제 가격을 찾았다.
특히 시장이 환호한 것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세 둔화였다. 지난달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8% 오르면서, 5월 상승률(5.3%)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6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온 전체 CPI와 달리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해 9월(6.6%)에서야 정점을 찍은 뒤, 느리게 둔화했다. 특히 올해는 5% 중반대에서 큰 변화 없이 상승세를 유지하다, 지난달에서야 4%대로 떨어졌다. 이는 2021년 10월(4.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근원CPI 상승세 둔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일부 해소됐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급격하게 올랐던 중고차 가격은 지난달 전년 대비 5.2% 하락하면서 근원 CPI 상승세를 떨어뜨렸다. 근원CPI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거비는 전년 대비 7.8% 오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5월에 비해 0.4% 상승에 그치면서 오름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경민 기자 |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뒤, 이후 물가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인상을 결정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 등 주요 인사들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최소 2번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다만 하반기 물가 둔화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 하락의 덕을 보는 ‘기저 효과’가 하반기에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최고 배럴 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유가는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배럴 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올해 국제 유가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국제유가의 하락 효과는 감소한다. 실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7월 CPI가 3.35%(근원 CPI 4.92%)를 기록하면서, 지난달보다 오히려 상승할 거라고 전망했다.
미 Fed의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기 위해선, 하반기에는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에서 진짜 물가 하락세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근원 CPI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 하락 속도가 더딘 데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세라 서비스 물가가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가 2%까지 내려가려면 노동수요 감소는 물론 실업률이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서지원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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