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에 달러 인덱스·美국채금리 급락
유럽과 캐나다는 아직 터널 끝 멀어...지역별 시간차 불가피
유럽과 캐나다는 아직 터널 끝 멀어...지역별 시간차 불가피
[사진 = 연합뉴스] |
꼭 1년 전 9.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달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인 3%로 둔화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이 드디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층 개선된 물가 성적표를 받아든 연준이 연내에 두번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지막으로 오랜 ‘긴축 행보’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번지며 달러가치와 미국 국채금리는 일제히 급락했다.
12일(현지시간)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5.5%(상단 기준)에 달할 확률은 이날 58.1%로 집계돼 전날(51.5%)보다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셈이다. 지난달 FOMC에서 연내 0.25%포인트씩 2회 추가 인상을 점쳤던 연준의 전망과는 궤가 다르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연말까지 동결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92.4%에 이른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열기가 식으며 긴축 조기 종료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6월 CPI 상승률은 3%로 나타나 2021년 4월(4.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6월(9.1%)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4.8%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집리크루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줄리아 폴락도 “연준이 7월의 마지막 인상 후 금리인상을 멈추고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물가의 경우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은만큼 7월 FOMC에서 6월에 이어 2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메리카 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은 6월 CPI 보고서를 물가 개선으로 볼 것이지만,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환호했다. 이날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1.19% 하락한 100.521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21일(100.578) 이후 최저치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이날 3.86%를 기록해 전날보다 13bp(1bp=0.01%포인트) 하락했으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4.72%로 전날 대비 16bp 급락했다.
인터렉티브 브로커스의 조 토레스 수석 경제학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준의 긴축 행보가 막바지에 가까워졌다는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크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6월 CPI 자료만을 근거로 긴축 사이클의 조기 종료를 점치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6월 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6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보다 20만9000개 증가해 2020년 12월 이후 최소 증가폭을 보였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4.4%를 기록해 연준 물가 목표치의 2배에 달했으며, 실업률은 3.6%로 수십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노동시장의 냉각이 일시적이며, 여전히 고용이 물가를 지탱해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헤지펀드인 포인트72 자산 관리의 소피아 드로소스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6월 물가 데이터와 노동시장의 일시적 냉각 징후를 종합하면 연준의 행보가 7월 이후 더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긴축 조기 종료 가능성에 신중한 모습이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는 이날 메릴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너무 빨리 물러설 경우 인플레이션은 다시 심해진다. 그렇게 되면 연준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고착된다면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가 지표가 크게 개선된 미국과 달리 유럽과 캐나다는 ‘물가와의 전쟁’에 여전히 부심하고 있다.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5%까지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은 2회 연속 인상이다. 지난 5월 CPI 상승률 3.4%로 4월(4.4%) 대비 낮아졌지만, 목표치인 2%에 부합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영국와 유로존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FT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연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의 경우 연내 0.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점치는 중이다. 최근 영국과 유로존의 CPI 상승률은 각각 8.7%, 5.5%로 크게 높은 편이다. FT는 “연준이 긴축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반면, BOE와 ECB는 올해 몇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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