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명 파업 동참…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갈등 키워
예정된 수술 200여건 일정 연기…환자 불편 '뒷전'
13일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일부 병동이 텅 비어 있다. 부산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지난 11일부터 중환자, 전원 불가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을 전원·퇴원 조치했다.2023.7.13/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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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이 큰 병원을 20여명이 쓸고 닦고 있다니까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 소속 12개 지부, 17개 사업장에서 5000여명 규모의 조합원이 1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에 동참한 가운데 이중 참여자 중 절반 이상이 종사하는 부산대병원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인력 뿐만 아니라 미화, 주차, 시설, 보안 등 운영을 지원하는 보조 인력까지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 의료 공백은 물론, 병원 정상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총파업에는 부산에서 부산대병원(부산, 양산), 부산대병원비정규직(부산미화, 부산시설, 부산주차, 양산시설, 양산보안), 부산대치과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일신기독병원, 부산성모병원, 부산의료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남병원, 부산보훈병원, 부산적십자기관, 남부혈액검사센터 등 12개 지부, 17개 사업장이 동참했다.
이중 4500여명 규모의 부산대병원지부와 500여명 규모의 부산대병원비정규직지부에서는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유지인력 일부를 제외한 2000~3000여명이 총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부산대병원은 외래 진료을 중단하고, 예약 환자 위주로 일부 접수를 받고 있다. 또 총파업이 진행되는 13~14일 예정된 수술 200여건은 일정을 연기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병동 1층 로비와 화장실을 오가며 구슬땀을 흘리던 미화 노동자 A씨(60대)는 "청소하는 사람 128명 중에 오늘 겨우 20여명이 출근했다"며 "평소보다 할 일이 3~4배는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병원은 쾌적한 정도를 넘어서 위생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곳이라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고질적인 노사갈등을 겪던 부산대병원의 경우 정부를 상대로 한 이번 총파업이 타결되더라도 인력확충과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위해 현장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라 환자들의 불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환경 미화 노동자 B씨는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이번 총파업과는 별개인데, 서로 윈윈하는 방식으로 파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사실상 단체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대병원 측에서는 내부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파업기간 동안 쓰레기 수거, 청소 등에 대해 자체적인 환경 관리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10분께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이 한적한 모습이다. 2023.7.13/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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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부산대병원 측의 퇴원·전원 조치가 과잉 대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10시17분께 퇴원 수속을 밟은 80대 복부 수술 환자의 보호자 C씨는 "거동도 불편하고 회복도 다 안됐는데 수술한지 일주일도 안돼서 퇴원하고 있다"며 "외래환자는 몰라도 입원 환자까지 내보내는 것은 과한 처사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노사 갈등이야 어느 곳에나 있다지만 환자의 안위보다는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처럼 느껴진다"고 씁쓸해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주차, 시설, 청소, 보안 등은 각 담당 부서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적으로 길어진다면 필수유지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병상 가동률을 줄여 놓은 상태라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대병원은 의료 인력이 대거 파업에 동참해 환자에 대한 원활한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 11일부터 전원·퇴원 조치를 진행했다.
현재 1100여개 병동 중 250여개 병동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120여개 병동에는 중환자와 전원 불가 입원환자들이 남아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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