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나토가 역외 여러 국가들과 맺은 파트너십의 하나인 AP4의 성격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나토의 집단방위 개념을 유럽은 물론 인태지역으로 확장하고, AP4를 나토 수준의 안보 동맹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시사한 것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물론 주변국이 처한 안보 지형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AP4의 방향성에 대해 관련 드러낸 인식은 실제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AP4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되면서 주목도가 커졌지만, 어디까지나 유사입장국 끼리의 ‘커뮤니티’ ‘비공식 모임’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11일 싱크탱크 미 평화연구소(USIP)가 미국 주재 4개국 고위 외교관들을 초청해 연 토론회에서도 “공식화 논의는 없고, 지금 포맷으로도 가능하다”(비드 코리 주미 뉴질랜드 대사), “막 시작된 공조(fledgling collaboration)에 대해 과대평가하지 않는 게 좋겠다”(쓰카다 타마키 주미 일본 부대사) 등의 대답이 나왔다.
AP4 정상 회동에서도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 우려, 호주와 뉴질랜드는 우크라이나 지지를 밝혔을 뿐 ‘집단안보 체제’에 대한 화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사정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이 제시한 AP4의 ‘나토화’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4개국 모두 중국의 공세적 행동에 대한 우려는 공유하지만, 지정학적 우선순위, 중국과의 경제관계, 군사적 역량, 역사적 기억 등 걸림돌이 한 둘이 아니다.
만약 윤 대통령의 언급이 집단안보를 내건 나토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동원한 단순 수사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불분명한 개념을, 실제 추진 의지나 역량도 없는 상태에서 공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 때문이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협력체마다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난해 온 중국에 괜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국이 굳이 앞장서서 실현될 리 만무하고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는 구상을 제안할 필요는 없다. 나토와의 협력은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 차원과 대테러, 사이버 안보 등 ‘윈윈’이 예상되는 분야의 공조로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등을 명확히 할 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두번째),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오른쪽 두번째)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빌뉴스/사진공동취재단 |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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