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 총파업에 4만5천명 참여 예상…인력·공공의료확충 등 요구
노조 "인력부족에 필수·공공의료 붕괴 위기"…정부 "파업 정당하지 않아"
의료현장 차질 우려…국립암센터·국립중앙의료원 등은 정상진료
하루 앞으로 다가온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오진송 권지현 기자 =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해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19년 만에 벌이는 대규모 파업으로, 아직 큰 혼란은 눈에 띄지 않고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수술이 취소되고 환자가 전원 조처되거나 일반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노조 측은 인력부족에 필수·공공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 요건 충족이 어려운 파업으로 필요시 업무복귀명령을 검토하겠다(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고 강경 대응했다.
결의대회 여는 보건의료노조 |
◇ 19년만의 파업…145개 의료기관 4만5천명 참여 추정
보건의료노조 산하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료기관)은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다. 의사는 일부만 가입해 있지만 의료계 다양한 직역들이 속해 있다.
파업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8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 중에서는 파업 참여 의료기관은 없지만, 서울의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경기의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이 파업에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후 처음이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4만5천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19년 전 파업 참여 인원인 1만여명의 4배 이상이다.
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며 "인력부족으로 인한 환자 피해와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에 내몰린 의료현장의 실상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파업의 기한을 '무기한'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날부터 이틀간 '투쟁'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날 낮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과 함께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를 개최하고, 14일에는 서울, 부산, 광주, 세종 등 4곳의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연다.
보건의료노조, 의료 인력 부족 관련 증언대회 |
◇ 공공의료 확충·코로나 전담병원 지원 확대 등 주장…정부 강경 대응
노조는 재작년 '9.2 노정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의료인 처우 개선 등이 이행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공공의료가 위기에 처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담병원'으로 활약한 지방의료원에 대해 지급하는 회복기 손실보상금과 관련, 지급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며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조는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 보건의료인력 확충 ▲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사용자 측이 제도 개선과 비용 지원 등 정부 핑계를 대며 불성실교섭을 했고, 정부는 의료현장의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수수방관하며 각종 제도개선 정책 추진 일정을 미루면서 교섭 타결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당정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YTN에 출연해 "노조가 발표하고 발언하는 내용을 보면 파업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 정부를 파업 대상으로 보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며 "법적인 검토를 면밀히 거쳐서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까지도 검토하겠다"고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 의료현장 당장 큰 혼란은 없어…필수인력 제외·응급대기반 가동
노조 측은 총파업 기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필수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또 의료기관 내 응급상황에 대비 응급대기반(CPR팀)을 구성·가동 중이다.
하지만 파업 참가자 규모가 큰 데다 다양한 직역들이 참여한 만큼 의료 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파업 돌입에 앞서 13~14일 예정된 수술 일정을 모두 미루고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병원으로 옮기는 조치를 했다.
다만 비슷한 조치를 했던 국립암센터의 경우 노사간 합의에 따라 파업 참여 인원을 줄이면서 정상운영되고 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파업 참여인원을 예상보다 줄여 외래, 입원, 수술장 모두에서 정상 진료가 가능한 상황으로, 파업을 앞두고 퇴원했거나 외래진료가 취소됐던 환자들에게 다시 내원하라고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소통팀장도 "예고된 파업이라 스케줄을 조정한 만큼 임의적인 환자 퇴원, 전원 없이 정상진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진료 여력을 고려할 수 있도록 119나 다른 병원에 환자 이송시 소통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병원 관계자 역시 "응급실 진료에 이상이 없다"며 "다만 환자 불편을 우려해 병동환자 중에서 퇴원 가능하거나 전원할 수 있는 분들께는 안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차긴급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 |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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