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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단독]중앙의료원 “119 이송 자제를”… 파업에 응급진료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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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총파업]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오늘 총파업

국립대병원들 “응급진료 불가”

경희대병원 등 대형병원도 제한

동아일보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에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한 정상진료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 앞으로 일반병동 환자들이 퇴원을 하고 있다. 양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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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응급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 주요 병원 응급실에서도 진료 차질이 생기며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에서 유일한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10일 119종합상황실과 다른 병원들에 ‘환자 이송 및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 안암병원과 경희대병원도 12일 같은 조치를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파업으로 입원 병동이 사실상 폐쇄되고 응급실 병상이 가득 차 새 환자를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가운데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병원은 “파업으로 인해 심정지와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환자 외에는 수용이 불가하다”라고 소방 당국에 알렸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병원도 산부인과 응급 수술과 입원을 중단했다. 부산대병원은 중증외상 환자를 최종 책임지는 권역외상센터마저 진료 차질을 빚으며, 11일 갈비뼈가 부러진 60대 여성 환자가 390km 떨어진 경기 지역을 포함한 전국 병원에 병상을 수소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조 측은 13, 14일 이틀간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지만 일부 병원에선 진료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동아일보

치료중인데… 파업에 퇴원 의료진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의 일반병동이 폐쇄되자 산소 공급 튜브를 코에 꽂은 한 환자가 퇴원 준비를 하고 있다. 양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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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중증환자 병상찾아 전국 수소문… 암수술뒤 떠밀려 퇴원

의료파업 응급진료도 차질
입원실 폐쇄 “파업 끝나면 오시라”
병상 회전 안돼 응급실 연쇄 포화
환자들 “갑자기 나가라니 걱정”


동아일보

환자이송 북새통 민노총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퇴원을 요청받은 환자가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양산·부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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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병실은 텅텅 비고 민노총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병실이 텅 빈 모습. 부산대병원은 간호사 등 직원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중증 환자와 산모, 유아 등을 제외한 입원 환자를 퇴원 또는 전원시켰다. 양산·부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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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 평소와 달리 환자를 실은 119구급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소방 당국에 ‘응급 이송 자제’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전체 입원 병상의 80%를 폐쇄하느라 이날 수술 후 회복이 덜 된 환자를 퇴원시키며 ‘파업이 끝나면 다시 입원해달라’고 안내했다.

● 서울 주요 병원 “응급실 포화”

동아일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3일 총파업을 앞둔 가운데 12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병동 입원실에서 한 환자가 노조 파업으로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민간구급대 직원들에 의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입원실 앞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부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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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은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파업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파업 여파가 응급실에 미친 이유는 ‘병상 회전’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뒤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기고, 회복되면 일반 입원 병실로 옮긴다. 그런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간호사 등 의료진이 대거 참여하면서 일반 입원 병동을 유지할 수 없게 됐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에 그대로 환자들이 머물면서 새 응급환자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파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13일 오전 7시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한양대병원이 그렇다. 12일 오후 6시 기준 이 병원 응급 중환자실은 병상 20개가 모두 차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 환자 중 7명은 일반 입원 병실로 옮겨도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라며 “곧 새 환자를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평소 응급입원이 어려운 지방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부산 동아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대상이 아니지만 12일 오후 2시경 ‘모든 응급환자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평소 부산 내 중증 응급 환자를 나눠서 진료하던 부산대병원 응급실의 기능이 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마비되면서 동아대병원에 환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국립대병원들의 파업 여파가 지역 다른 병원들의 응급의료 마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 반강제 ‘조기 퇴원’에 환자 혼란

동아일보

12일 오후 병원의 요청에 한 환자가 요양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퇴원하고 있다. 양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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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서둘러 퇴원해야 하는 입원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부산대병원 1층 원무과 앞에서 만난 김시현 씨(45)는 “어머니가 심한 잇몸 염증으로 4주간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1주일 만에 퇴원하게 됐다”라고 하소연했다. 한 환자는 암 수술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나지 않아 진통 주사를 맞고 있지만, 파업 영향으로 퇴원이 결정됐다. 입원 병동은 불이 꺼진 채 텅 빈 반면에 병원 앞은 퇴원 환자를 태워 가려는 사설 구급차들로 붐볐다.

다른 병원들도 상황이 비슷했다. 원인 불명의 장출혈로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인근 중소 병원으로 갑자기 옮기게 된 A 씨(64)는 “주치의가 발병 원인을 집중적으로 추적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낯선 병원으로 옮기게 돼 걱정된다”고 했다. 이 병원은 입원 환자 900여 명 가운데 심장이식 대기 환자 등 중증 환자 100여 명을 뺀 나머지를 전부 퇴원시켰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진이 기존 3교대에서 2교대로 업무 강도를 높였지만 응급을 제외한 수술은 환자와 상의해 일정을 미루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 인력을 확충해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평균 환자 수를 현행 16명에서 5명으로 줄여달라고 보건복지부와 각 병원에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가 2021년 ‘9·2 노정합의’와 올 4월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이런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없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파업 참가자들의 현장 복귀를 요청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파업 대상인 18개 상급종합병원 원장들과의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정부가 의료현장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며 “노조는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양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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