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총파업]
현대차 노조 5년만에 ‘부분 파업’
사측 “쟁의절차 안밟은 불법파업”
인력난 조선업은 일부 간부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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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총파업에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자동차·조선 업계의 대단위 노조가 가세했다. 일부 노조는 쟁의권 획득에 필요한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불법 파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이 멈추는 등 산업계 혼란도 일어났다.
● 현대차, 불법 파업으로 울산 공장 멈춰
조합원 4만 명 규모의 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날 오전·오후 근무조가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 파업을 했다. 2018년 11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합류 이후 5년 만의 파업이다.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진행 중인 현대차 노조는 이번 파업을 앞두고 쟁의조정 신청과 조합원 투표 등 쟁의권 획득을 위한 기본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현대차는 “회사는 불법 파업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며 파업 참가자에 대해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현대차에 섀시와 파워일렉트릭(PE) 모듈을 공급하는 모트라스의 노조도 8시간 부분 파업을 했다. 모트라스는 지난해 11월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 통합 자회사로 설립한 곳이다. 모트라스 직원 4000여 명 중 75%인 3000여 명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현대차 노조 파업에 모트라스로부터의 부품 수급 차질까지 겹치며 현대차 울산 공장은 5시간 정도 가동이 중단됐다. 차량 생산 차질은 2000여 대로 추정된다. 모트라스 노조 파업으로 기아 화성 공장 등도 일부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달 6개 국내 조선사 노조가 연합해 총파업 합류를 선언했던 조선업계에선 일부 간부만 파업 현장에 동참해 구색만 맞추는 분위기였다. 6000여 명의 조합원을 둔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5시 부분 파업에 들어갔지만 실제 참여 인원은 수십 명 단위에 그쳤다. 애초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 현장에서 파업을 위해 인력을 뺀다는 게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오션도 전체 4500여 명의 조합원 중 50여 명의 노조 간부만 경남 창원시의 지역별 총파업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파업 목적 자체가 노동자들의 복리 후생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참여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 각지에서 “정권 퇴진” 등 정치 구호 난무
이날 각지에서 벌어진 지역별 총파업 대회 현장에선 정치 구호가 난무했다. 서울, 울산 등 전국 12곳에선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입법), 윤석열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피켓이 게시됐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서울에서 열린 수도권 총파업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친재벌, 노동 적대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민주노조는 초토화되고 노동자들의 삶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라고 주장했다.
불법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정부 지침을 의식한 듯 총파업을 앞둔 지난달 기업 노조의 파업권 획득을 위한 쟁의조정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6월 쟁의조정 접수 건수는 204건으로 전달(81건)의 2.5배로 늘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체와 목적, 절차, 수단(비폭력) 등 4개 요건을 충족해야 합법적 파업이라 볼 수 있는데 이번 금속노조 파업은 목적이 정치적이라 합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어느 나라에서도 정치 파업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파업은 민노총이 이달 3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하는 총파업의 일환이다. 금속노조 파업은 12일로 끝나고, 13일 보건의료노조와 사무금융노조 등의 파업이 이어진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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