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1조6733억 달러로 추정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2161조8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3.9% 늘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9% 올라 달러화 기준 명목 GDP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2018년 10위에서 이듬해 12위로 하락했다가 2020, 2021년 2년 연속 10위를 유지했다.
韓 경제순위, 伊-브라질에 밀려… “인구감소에 더 추락 우려”
한국GDP 작년 세계 13위
무역적자 478억달러로 역대 최대
1%대 저성장 전망 올해 더 험난
“반도체 등 특정품목 의존 바꾸고 저출산 대응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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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4조2256억 달러)과 독일(4조752억 달러), 영국(3조798억 달러)은 3∼5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도,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갔다. 브라질(1조8747억 달러)과 호주(1조7023억 달러)는 각각 11, 12위를 차지해 한국을 앞질렀다.
지난해 명목 GDP 하락은 ‘강달러’ 현상과 더불어 수출 및 인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의존적인 수출 구조를 바꾸고,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를 막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부진과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인해 무역적자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478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2억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냈다. 올해는 대중(對中) 수출 부진까지 겹쳐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한 132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수출도 같은 기간 36.8% 급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목 GDP 감소의 핵심은 반도체 경기 악화와 수출 부진”이라며 “특히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금방 회복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꺾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지난해 1월(2.9%)과 6월(2.8%) 전망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을 네 번 연속 낮춰 1.5%를 제시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한은은 이보다 낮은 1.4%를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앞으로 명목 GDP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며 “무엇보다 저출산으로 노동 인구 감소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200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 4000만 명대로, 2070년에는 현재의 3분의 2 수준인 3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인구는 올해 80억5000만 명에서 2070년 103억 명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 잠재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기존의 방법으로 원상 회복시키긴 쉽지 않다”며 “반도체 외 신산업 발굴과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 정부가 제시한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을 언급하며 “3대 개혁에 대한 세세한 장기적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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