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안에 ″총파업 승리! 끝까지 간다!″라고 적힌 노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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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건의료노조 파업, 문 정부 때 합의 이행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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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합당해도 시민 볼모로 삼은 파업은 명분 없어
보건의료노조가 오늘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내일까지 진행하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할 계획이다. 파업 대상 140여 개 기관 중 100개 안팎이 병원이어서 시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파업 시에도 응급실(100%)과 수술실(50%)은 필수 인력을 유지한다지만, 입원실과 외래 등은 기준이 따로 없다. 수술해도 입원실에 갈 수 없으니 사실상 수술도 불가능하다.
지난 11일 부산대·양산부산대 병원은 이미 일부 환자들을 퇴원시켰다. 서울 국립암센터도 13~14일로 잡혀 있던 수술을 전면 취소했다. 500개 병상 중 180개 정도만 운영될 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도 홈페이지에 “13~14일까지 빠른 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파업의 주축인 간호사는 전체 조합원의 60%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근무 강도는 매우 높다. 정부도 인정한다. 사회 각 분야의 근로환경이 개선되는 동안 의료계만 유독 변화가 더뎠다. 일손이 부족해 동료 간호사끼리 갈등이 커지고, 높은 근무 강도로 사직의 악순환이 벌어져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린다.
노조는 특히 2021년 9월 정부가 근무 강도 및 처우 개선을 약속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당시 정부는 파업 시작 5시간 전에 노조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한덕수 총리도 지난해 새 정부의 합의 계승을 약속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을 볼모로 삼은 파업은 명분이 없다. 생명을 놓고 촉각을 다투는 의료 현장을 의료인들이 떠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 아픈 환자들이 수술을 미뤄 상태가 위중해지고,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시민들이 없도록 노조의 성숙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도 노조와 현실적 개선안을 놓고 성실히 대화하길 바란다.
한편 어제부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나섰는데,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까지 동참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힘겨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 현장을 마비시키는 파업은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민주노총이 내세우는 파업 의제는 윤석열 정권 퇴진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같은 정치적 이슈여서 명분도 부족하다.
힘겹게 살아난 경기 회복의 흐름을 이어가려면 노사 협력이 필수다.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편협한 정치적 구호로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민주노총의 구태는 즉각 중단돼야 마땅하다. 정부는 노동계와 진정성 있게 대화를 나누되, 불법 파업과 정치 투쟁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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