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왼쪽 둘째)이 12일(현지시각) 빌뉴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둘째)에게 발언 순서를 양보하며 팔을 잡아끌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 빌뉴스/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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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호 군사정보 공유 확대 등 한국과 나토의 공조 강화 뜻을 밝혔다. 정부가 외교·안보 협력 파트너를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중국·러시아 견제’ 기조 또한 짙어지는 흐름이다. 나토와 협력 강화는 북핵 문제 등 한국의 안보에 미칠 실익은 적은 반면, 반대급부로 내놓아야 할 부담은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빌뉴스 리텍스포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공개 발언에서 “나토와 상호 군사정보 공유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한국이 나토의 군사정보 공유시스템인 전장정보수집활용체계, 이른바 ‘바이시스’(BICES: Battlefield Information Collection and Exploitation System)에 참여한다는 의미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바이시스는 나토 동맹국과 일부 파트너국이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전산망으로, 지난 1월 방한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한국에 가입을 제안했다고 한다. 한국의 군 정보당국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 바이시스 이사회와 나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회원이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밤 기자들과 만나 “나토와 우리가 먼저 바이시스 망을 열어놓고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앞으로 우리가 미국과 핵협의그룹(NCG)을 만들고 가동할 때 한·미 간 어떤 핵 정보를 어떻게 공유할지, 그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도 참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시스에 가입한다 해도 당장 한국이 나토의 핵 정보를 바로 공유하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바이시스는 주로 사이버상의 불법 활동, 해킹, 범죄와 관련해 필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협력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장’이 특정한 영토와 지리적 범위에 한정되지 않고, 사이버상에서 많은 불법 행위와 폭력, 심리전·여론전이 전개되고, 고급 첨단기술 탈취와 첩보까지 안보 영역이기 때문에 정보·사이버 협력 강화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날 한국과 나토가 체결한, 대테러 분야와 사이버방위 분야 등 11개 분야 협력을 제도화하는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의 상세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전날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에 이어 이날 회의 발언에서도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국제사이버훈련센터 설립과 나토의 사이버방위센터 협력 강화 방안을 구체화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AP4) 정상회의에서도 “대서양과 태평양의 안보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우리 4개국은 나토와 연대해 강력한 집단 안보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와의 군사 협력 강화는,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미국과 동맹국을 주축으로 하는 서방의 반중·반러시아 연대 강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핀란드·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며 유럽이 다시 미국을 중심으로 안보를 강화해 러시아와 대적하는 구도가 뚜렷해진 가운데, 이번 나토 정상회의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도 파트너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태 파트너국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회의는 앞으로도 정례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욱 심화될 결속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나토 협력 강화 구상은 손에 쥐는 것은 불분명한 반면, 현실적인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력을 강조한 것의 의미도 불분명하다.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인도·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짓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인태 지역은 중국과 대만 문제가 있고, 유럽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상황에서 인태 지역과 실질적으로 군사적 연계를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며 “당장 북핵 문제에서 나토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크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보내라는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미 동맹 관계가 있는 이상 미국과의 공조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전은 미-중 대립을 더 심화시켰기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통합적인 정책 방향 없이 미국과의 공조만 강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빌뉴스/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장예지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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