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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국방과 무기

미 핵잠수함 ‘관타나모 기항’…쿠바·중·러 군사협력 겨냥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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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일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항구에 정박한 러시아군 훈련함 앞으로 마차가 지나가고 있다. 아바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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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정부가 자국 땅에 붙은 미국 해군기지에 핵잠수함이 들렀다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쿠바 외교부는 11일 성명을 내어 지난 5~8일 미국 핵잠수함이 관타나모기지에 기항했다며 “도발적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 평화로운 지역에서 이런 행동이 노리는 표적이나 전략적 의도가 무엇인지 의아하다”며, 핵잠수함의 관타나모기지 출현과 선회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사람들의 주권과 이익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우리는 미국 군사 자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잠수함이 계획대로 관타나모기지에 들렀다가 중남미 국가들과의 연합 해상훈련을 위해 떠났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관타나모기지는 쿠바섬 동부 관타나모만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다. 1898년 쿠바를 식민 지배하던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이곳에 대한 영구 조차권을 얻으면서 1903년에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미국은 1959년 쿠바혁명에 성공한 피델 카스트로 정부의 반환 요구를 거부했다.

이 기지는 2001년 9·11 테러 뒤엔 ‘테러와의 전쟁’에서 붙잡은 이들을 법적 근거 없이 수감하고 고문한 장소로 악명을 얻었다. 쿠바 외교부는 관타나모기지에서 “구금, 고문, 체계적 인권 침해”가 저질러졌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항의 성명은 쿠바와 중국·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이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감청 시설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이 쿠바에 정보 수집 시설을 설치한 것은 몇년 전이며, 2019년에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쿠바와 중국 사이에 연합 군사훈련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쿠바 정부는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은 플로리다주 남단에서 1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적성국 쿠바의 동향에 민감하다. 1962년에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려는 소련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사이에 핵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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