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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의료현장 붕괴 위기”…보건의료노조 4만5천명 13일 총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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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투쟁 계획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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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 200여개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이 속한 단체로, 파업이 그대로 강행되면 19년 만의 대규모 총파업이 벌어질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7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83.07%, 찬성률 91.63%로 가결돼 1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 8만5000여명 가운데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에 속한 6만4257명(75.49%)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로, 파업권을 확보한 조합원 숫자로는 보건의료노조 사상 최대 규모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인력 확충을 통한 불법의료 근절 등 7가지 요구사항을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 지난 2021년 노조와 정부가 맺은 ‘9·2 노정합의’에도 담겼던 내용으로, 당시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소진과 사직으로 내몰리고, 최상의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은 의사가 없어 뺑뺑이 사망과 각종 의료사고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현장의 인력 대란과 필수·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수수방관하고, 기존에 약속했던 코로나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등 각종 정책 추진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측의 불성실 교섭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보건의료노조는 예정대로 13일 7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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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계획과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위원장이 조합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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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13일에는 전국 각지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 집결하는 상경 파업을 하고, 14일에는 서울·부산·광주·세종 등 4개 거점 지역에서 파업을 이어간다. 14일까지는 민주노총과 함께 파업을 진행하지만, 이후로도 사용자·정부와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보건의료노조 자체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송금희 사무처장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민주노총의 파업 주간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현장의 문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는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가 마지막으로 대규모 파업에 나섰던 것은 지난 2004년 의료기관 주5일제를 요구하며 1만여명이 거리로 나섰던 때로, 이번 파업이 현실화되면 19년 만에 6배 규모의 총파업이다. 다만 노조는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의 필수 분야에는 인력을 남겨두기로 해 실제 13~14일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4만5000명 정도일 것이라 예측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145곳으로, 서울아산병원·충남대병원·전북대병원 등 대형병원도 포함돼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 의료를 제외한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홈페이지에 보건의료노조 파업 소식을 알리며 “이 기간 내 빠른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는 공지를 띄웠다.

다만 조합원들이 쟁의조정 신청을 한 병원이더라도 참여 인원에 따라 현장 혼란 정도는 상이할 전망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매우 일부 인력만 참여하는 상황이라 응급실 등의 필수 분야는 물론 외래 진료에도 별다른 공백을 예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의료기관 파업 상황 점검반’을 꾸린 복지부는 이날 제2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유관기관과 협조 체계를 점검하는 등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조규홍 장관은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 되며, 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환자의 곁에 남아달라”며 “정부는 노사의 합법적인 권리행사는 보장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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