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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드라마 속 어린아이 시신 매달던 ‘덕달이’ 나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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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SBS 드라마 '악귀'에서 어린아이 시신을 매달던 '덕달이 나무'로 등장한 천연기념물 의령 성황리 소나무.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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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어린아이의 시신을 뜻해요. 관 대신 독에 담아 외진 곳에 비석도 없이 묻기도 했고, 나무에 매달아 놓기도 했었죠.”

드라마 ‘악귀’에서 악귀를 찾는 민속학자 염해상(오정세)은 어린아이의 시신 ‘덕’을 매달았던 ‘덕달이 나무’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살 나무’로 불리기도 했던 덕달이 나무가 있던 곳에서 염해상은 시신이 곳곳에 매달린 기괴한 나무 그림자를 발견한다.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SBS 드라마 ‘악귀’에 나오는 이 나무는 실제로 존재한다. 다만, 드라마 내용처럼 덕달이 나무는 아니었다. 경남 의령군의 천연기념물 ‘의령 성황리 소나무’로, 오래전부터 귀한 나무로 여겨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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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귀'의 덕달이 나무 장면.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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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성황리 소나무는 1988년 천연기념물 제359호로 지정됐으며 약 300년의 나이를 가진 나무다. 높이 13.5m, 둘레 4.8m의 크기로 가지가 4개로 갈라져 옆으로 뻗어 나온 게 특징이다. 가지 하나는 죽었지만 여전히 나무의 모양은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다.

의령 성황리 소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나무(마을을 지켜주는 서낭신이 머무는 나무)’로서 민속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나무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성황리 소나무는 바로 옆에서 가지가 닿을 듯 말 듯 자랐던 암나무와 서로 부부 사이였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애틋하게 자라던 두 나무가 서로 닿게 되면 크게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두 가지가 맞닿았던 1945년 광복이 되었다고 한다. 이 소나무에 대한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쪽에 묘소가 있고 마을 앞 산기슭에는 의령 남씨의 사당이 있어 이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현재는 암나무는 병에 걸려 죽고 성황리 소나무만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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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59호 의령 성황리 소나무.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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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는 지난 3월 회의를 열고 의령 성황리 소나무에서 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가했다. 앞서 드라마 제작사는 지난해 11월 이 나무를 촬영하고 싶다며 허가 신청을 냈지만,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자연유산 보존 및 경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후 제작사 측은 나무에는 최소한의 밧줄만 걸고 나머지는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촬영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해 조건부 허가를 받아냈다. 위원회는 “전문가가 입회해 촬영 장비와 작업 인력 등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유의하고, 촬영 내용은 자연유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혐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문화재청은 성황리 소나무의 방송 출연이 자연유산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소덕동 팽나무’, 경남 창원 북부리 팽나무가 드라마로 관심을 받으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천연기념물을 보존‧관리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이 자연유산을 가까이에서 보고 즐기면서 그 가치를 이해하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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