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중-러와 정면충돌하면 정밀무기 며칠 만에 소진"
"과거 냉전모델 더는 안 통해…민간기업과 협력 등 필요"
리투아니아로 옮겨지는 독일군 탱크 |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방위 산업을 둘러싼 각국의 고민이 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대한 물자를 소비하는 소모전 양상을 띠면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방위산업 재건에 나서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이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군과 보급품 등 방위산업 재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군인들이 전투를 벌이는 최전선 뒤에는 군대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 위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생사를 건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보급전에서 패배하는 쪽이 전쟁에서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미국이 다시 배우고 있는 교훈"이라고 WSJ은 짚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방위산업 역량과 조직에 큰 결함이 드러났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태평양에서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유럽에서도 장기간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도 "모든 전쟁은 5~6일 정도 지나면 군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정면충돌하면 정밀 무기의 재고가 불과 몇 시간 또는 며칠 만에 바닥을 드러낼 수 있으며 다른 필수 물자도 뒤이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방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교훈 삼아 장기 소모전 대응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테러 대응과 국토 안보에 집중해온 미국은 무기 생산을 늘리고 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군수 물자를 늘리기 위해 '전쟁 경제'를 기치로 내걸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5일 "우리나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아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 내각은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국방 부문 예산만 증액했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 |
과거에는 국가가 전시 체제를 가동해 군수 물자를 동원했다.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 중인 1917년 미국의 철도를 국유화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는 2차 세계대전 와중인 1942년 탱크와 폭격기 생산지로 거듭났으며 냉전은 군산복합체를 탄생시켰다.
WSJ은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이런 '극단'을 시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민간) 산업을 강제로 빼앗거나 국가 예산을 폭증하지 않고도 적들을 상대하려면 미국과 동맹국은 군수 물자를 개발하고 구매, 유지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퇴역 장성인 조셉 보텔은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됐던 방위산업 기반이 중국에 맞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방위산업 재건의 첫 번째 조치로 국방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면서 실제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점령하자 나토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했다고 짚었다.
나토 정상들이 다음 주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가이드라인인 GDP 2%를 '최소 지출'로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GDP의 최소 2%를 방위비로 투입한 회원국은 미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고 WSJ은 지적했다.
리투아니아 군사 훈련 |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방위산업을 재건하려면 방위비 투입뿐 아니라 첨단 기술 등의 분야에서 민간 기업과의 협력, 기업가 마인드 등도 필요하다고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진단했다.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최근 해군 작전이 아닌 금융 관련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그는 지난 5월 밀켄연구소 행사에서 "방위산업을 지원할 민간 투자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기술 혁신을 신속하게 활용하는 법을 군이 배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 등 전직 미 국방부 고위 관리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인공지능(AI), 양자 정보 기술 등 국방, 안보와 관련된 많은 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면서도 국방부가 이러한 기술을 군사 분야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군사 전문가 스테이시 페티존은 미군의 최신예 전투기 F-35가 여전히 대부분 텍사스 공장에서 수작업 등으로 제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의 차세대 장비는 3D 프린팅부터 공장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민간 산업의 생산 기술 발전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방어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제조 시스템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yunzhe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