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 외교수장 방중 취소 통보...'디리스킹' 발언에 발끈?

내주 예정 일정 일방적 취소... 사유는 불분명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발표도... EU '난감'

지난달 26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룩셈부르크에서 EU 외교이사회를 앞두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다음 주로 잡혀 있었던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중국 방문 계획이 무산됐다고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됐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탓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빌라 마스랄리 EU 대변인은 이날 “중국 측으로부터 내주 예정된 날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호세프 보렐 EU 고위대표는 지난 4월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중국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돼 방중이 연기됐다.

이에 오는 10일 중국 베이징을 찾기로 일정을 재조율했지만, 방중 직전 별다른 사유 공지 없이 취소를 통보받은 것이다. 이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보렐 고위대표의 방중 일정과 관련해 “정보가 없다”고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거론됐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EU는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은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라면서도 “공급망 등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필요할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며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을 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압박을 가해 달라”고도 촉구했다.

해당 성명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EU가 대중 관계를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평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렐 고위대표 방중 취소 통보로 EU의 이 같은 노력은 결과적으로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꼴이 됐다.

이번 회동 취소로 EU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의 필수 재료로, 2020년 기준 EU가 수입한 갈륨의 71%, 게르마늄의 45%가 중국산이다. 대중 의존도가 매우 높은 광물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 대변인은 “현재 (중국의) 발표 내용이 글로벌 공급망, EU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세부 분석 중”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고, 분명한 근거를 둔 채 수출 제한 및 통제에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