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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경주 쪽샘 44호 주인공은 키 130cm 신라 공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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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10년 만에 종료

‘비단벌레 장식’ 말다래 첫 확인

폭 5cm 머리카락 다발도 출토

조선일보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4일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린 쪽샘 44호분 발굴성과 시사회에서 44호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있다./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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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30㎝, 나이 열 살 전후, 머리카락 여러 가닥을 묶어 끈으로 장식한 소녀.

5세기 후반 세상을 떠난 신라 공주의 인상착의가 1500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온몸에 금·은 호화 장신구를 휘감았고, 머리맡 부장 공간에는 금동신발을 별도로 넣었다.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말다래도 처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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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샘44호분 주인공인 신라 공주를 재현한 모습. 오른쪽 위부터는 출토된 금동관, 금귀걸이, 금·은·유리로 만든 가슴걸이, 팔찌, 은 허리띠 장식, 금동신발.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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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경북 경주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경주 쪽샘 44호분 발굴 성과 시사회가 열렸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발굴 복장을 하고 등장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발굴 10년, 실제 발굴 일수 1350일에 달하는 조사 과정을 통해 돌무지덧널무덤의 전체 구조와 축조 공정까지 밝혀낸 최초 사례”라며 출토 유물과 재현품을 하나씩 소개했다.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다래 재현품에서 영롱한 초록빛이 뿜어져 나왔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말 안장 양쪽에 늘어뜨리는 판. 최장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그간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말다래는 모두 하늘을 날아오르는 천마(天馬) 문양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나 비단벌레 장식은 새로운 형태”라고 했다. 대나무 살을 엮어 만든 바탕 틀에 직물을 덧댄 뒤, 그 위에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나뭇잎 모양 장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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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말다래 출토 당시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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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말다래 재현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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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직물 말다래 재현품을 소개하고 있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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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관·금동신발 등 장신구는 기존 출토품에 비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열 살 남짓한 나이 세상을 떠난 공주를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됐기 때문이다. 금동관은 높이 23.2㎝, 지름 16.5㎝. 10대에 숨진 왕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금령총 금관(높이 27㎝, 지름 15㎝)보다 작다. 금동신발 크기는 280~290㎜로 추정된다. 최응천 청장은 “이른 나이에 하늘로 떠난 공주를 위해 왕실에서 공들여 부장품을 만들었다”며 “부모 입장에서 어린 공주를 떠나보낸 마음이 얼마나 애틋하고 비통한 심정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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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에서 확인된 폭 5cm 머리카락 다발.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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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직물과 유기물을 다수 확보한 것도 이번 발굴의 성과다. 금동관, 금동신발, 말띠꾸미개 등 금동 제품에 덧댄 다양한 직물이 발견됐다. 특히 지난 2020년 금동관 주변에서 발견된 폭 5cm 유기물 다발을 분석했더니, 머리카락으로 확인됐다. 심현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은 “삼국시대 유적에서 머리카락이 출토된 첫 사례로, 모발을 4~5가닥씩 묶어서 직물 끈으로 장식했다”며 “고대인의 머리 꾸밈 형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발 상태가 좋지 않아 DNA 분석은 불가능했다. 금동신발 내부에선 가죽과 비단, 재래종 산양털이 확인됐으며, 삼국시대 신발에서 가죽과 모직물이 확인된 것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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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주 쪽샘유적발굴관 쪽샘 44호분 발굴 현장에서 심현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이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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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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