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근원도 둔화... 한은 "다시 3%로"
3일 대구 서구 한 주유소의 가격표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대구=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이맘때 폭등했던 석윳값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근 2년 만에 전년 대비 2%대로 끌어내렸다. 한국은행의 안정 목표치가 2%다. 석유 가격을 뺀 지표도 나쁘지 않다. 다만 석유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3%대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은 예상이다.
4일 통계청이 공개한 6월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7% 상승했다. 전년비 2%대 물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작년 7월 6.3%까지 치솟았던 해당 수치는 이후 줄곧 하락하다 올 1월 5.2%로 소폭 뛰었지만 이내 다시 둔화 추세로 복귀했고 상반기 막바지에 2%대로 재진입했다.
1년 사이 값이 폭락한 석유류가 아니었으면 상승폭이 이 정도로 줄지는 못했다. 전년비 석유류 가격 하락폭(-25.4%)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5년 1월 이후 최대였고,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1.47%포인트에 달했다. 석유류가 물가 상승률을 1.5%포인트 가까이 잡아 내렸다는 뜻이다.
용도별 물가 지표 상승세도 전반적으로 잡혀 가는 분위기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들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의 1년간 상승률이 2.3%까지 내려와 2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도록 설계한 ‘근원물가지수’의 오름폭(3.5%)도 13개월 만에 가장 완만했다. 특히 4%대 주변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좀체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근원물가 상승폭이 전달보다 0.4%포인트나 줄어든 데에는 집세와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세 둔화의 영향이 컸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
물론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공식품(7.5%)과 외식(6.3%) 등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데다, 석유 기저효과도 사실상 7월까지다. 6월(39.6%)을 정점으로 작년 석 달간 30%대 상승률을 유지했던 석유류 가격은 8월(19.7%)을 기점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타게 된다. 상대적 상승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와 원자잿값, 이상기후, 인상 대기 중인 공공요금, 국내외 경기 흐름 등 복병도 적지 않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까지 둔화하겠지만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기존 전망치 3.3%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 기조 안착을 위해 품목별 가격·수급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