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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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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서 ‘코란 소각’ 반 이슬람시위…나토 가입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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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외교장관, “비열한 행위” 규탄

헝가리도 스웨덴 나토가입 승인 또 미뤄


한겨레

이라크 출신의 한 남성이 28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이슬람 사원 앞에서 코란을 불태우기에 앞서 스웨덴에서 코란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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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터키) 정부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비준 조건으로 반 튀르키예, 반 이슬람 시위 규제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스톡홀름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시위가 벌어졌다. 튀르키예 외교장관이 즉각 이를 비판하면서, 다음달 11일 나토 정상회의 때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시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알자지라> 방송 등은 28일(현지시각) 스톡홀름에 있는 이슬람 중앙 사원 앞에서 이라크 출신의 한 남성이 코란을 찢어 불태우는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반 이슬람 시위에 동참한 이들은 “코란을 불태워라”라고 외치며 그의 행동에 동조했고, 주변에 있던 이슬람 교도들은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반발했다. 이날 시위는 이슬람교도들이 이슬람교의 중요 축제인 ‘이드 알아드하’를 기념하는 와중에 발생했다.

스웨덴 경찰은 코란을 불태운 남성에 대해 민족·종교 집단에 맞서는 선동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경찰은 최근 코란 반대 시위 신청을 몇차례 반려했으나, 법원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시위 금지 결정을 뒤집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코란 소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이드 알아드하 첫날에 스웨덴에서 코란에 대해 저지른 비열한 행위를 규탄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반 이슬람 행위를 허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극악무도한 행위를 눈 감는 것도 범죄에 공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 행위는 합법이지만 부적절하다”면서도 경찰이 처리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위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 정부에 반 튀르키예 시위 규제를 거듭 요구한 지 사흘 만에 벌어졌다. 그는 25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스웨덴이 나토 가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자국이 테러 집단으로 지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 지지자들의 시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들이 시위를 계속하는 한 스웨덴이 반테러법을 개정해 테러단체 지원을 금지한 것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스웨덴이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하자, 쿠르드노동자당 조직원 송환, 반 튀르키예 및 반 이슬람 시위 규제 등을 요구했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가입 승인을 계속 미루자, 핀란드는 지난 4월 단독으로 나토에 가입했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 모두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경전을 불태우는 일은 “무례하고 유해한” 행위라며 “합법적일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꼭 적절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웨덴이 (튀르키예·핀란드 등) 3자 합의를 이행했다고 믿는다”며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가입 비준을 거듭 촉구했다.

튀르키예와 함께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미루고 있는 헝가리는 의회 비준 동의 투표를 올 가을에나 실시하기로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야당인 ‘헝가리 민주연합’ 소속 바다이 아그네스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여당이 의회의 봄 정기 회기가 끝나는 다음주까지 비준 투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야당 의원도 비준 투표 연기 결정을 확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는 올 가을 정기 회기가 시작된 뒤에나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스웨덴 정치인들이 자국의 민주주의를 비방하는 등 자국에 대한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헝가리 정부는 핀란드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나토 가입 비준을 미뤄오다가 튀르키예가 핀란드의 나토 가입 승인 의사를 밝히자 지난 3월27일 이 나라에 대한 의회 비준 절차를 마쳤다.

한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6일 튀르키예의 스웨덴 나토 가입 승인 거부 문제를 논의할 긴급 회의를 조만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다음달 11~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릴 회원국 정상회의 전에 스웨덴의 가입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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