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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한·일 8년만에 통화스와프, 달러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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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달러화 스와프’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미국과 무기한·무제한 상시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인 만큼 사실상 ‘한·미 통화스와프’의 효과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달러 스와프로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규모는) 역대 체결됐던 스와프의 최소 수준에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8차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것은 7년 만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이날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합의를 위한 최종 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양국이 통화스와프의 규모와 기간 같은 세부적 사항까지 합의한 뒤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이 통화스와프를 처음 체결한 건 2001년이다. 20억 달러로 시작해 이후 추가 협정이 이어졌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잔액은 2011년 7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후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며 통화스와프는 2015년 2월을 기점으로 만료됐다.



한·일, 위기 때 달러 교환…안보 이어 경제협력 창구 정상화



다만 이번 통화스와프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위기가 터진 것도 아니고 한국 역시 달러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올 5월 말 기준 4209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중국·일본·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 9위 규모다. 한국이 1년 안에 외국에 갚아야 할 빚(단기외채)이 1737억 달러 정도인데, 이를 2배 웃돌 정도로 달러 곳간(외환보유액)이 이미 차 있다.

게다가 한국은 올 3월 말 기준 외국에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 6650억 달러)보다 빌려준 돈(대외채권 1조212억 달러)이 3562억 달러나 더 많은 순채권국이다. 양국이 이번에 재개하는 통화스와프를 최소 규모로 논의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러 곳간을 더 채운다기보다는 한·일 양국이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경제협력 창구를 다시 연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그럼에도 엔화 스와프가 아닌 달러 스와프로 추진되면서 실효성이 훨씬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스와프를 맺게 되면 비상 상황에서 한국의 원화와 일본의 달러화를, 반대로 일본의 엔화와 한국의 달러화를 일정 비율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엔화 스와프와 비교해 달러를 직접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만큼 유동성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점이 있다.

최근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점도 실효성을 더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고, 일본은행(BOJ)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달러 기준으로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간접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도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스위스·영국·캐나다 등 5개국과 무제한·무기한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맺게 된다면 한·미 통화스와프 없이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외환 연결고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며 “일본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발행되는 ‘달러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달러 펀딩에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연장을 위한 논의가 중단됐다. 보통 통화스와프는 기존 계약기간을 연장하거나 추가로 체결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마지막 남아 있던 100억 달러 계약이 2015년 2월을 기점으로 만료되면서 양국 간 통화스와프는 8년 넘게 재개되지 않았다.

세종=나상현·조현숙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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