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의 무장 반란을 선포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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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은 “혼란해진 러시아 상황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에서 ‘모스크바의 불안정성이 전쟁을 더욱 치명적으로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나토 회원국들이 모스크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까진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군사정보에 밝은 서방 전략가들 사이에선 “푸틴이 전투력을 배로 늘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반란 사태로 러시아 지도부 내 초강경파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러시아가 ‘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보다 더 강성인 초강경파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 양상을 띠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계속 확대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며 “전술핵무기 사용 등 가시적인 위협을 강조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서방도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폴리티코는 “나토는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던 중 갑자기 방향을 돌리자 러시아 내부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유럽의 많은 고위 정치인들이 상황을 주시하며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개월 뒤인 지난해 4월 20일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사르마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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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황에 미칠 영향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회의 주최국인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 “이번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상황을 평가할 것”이라며 “복잡한 안보 상황은 추가 조치를 요구한다.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지속해서 요구해온 나토 가입 문제도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옛소련에 속했거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ㆍ독일 등 핵심국들은 “러시아 지도부가 도발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자칫 나토로 불똥이 튀면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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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사기, 우크라엔 '기회'
이번 사태가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WSJ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무질서는 지휘계통을 무너뜨리고 통제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려 군대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러시아군과 크렘린궁의 약점과 우유부단함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이번 사태는 모스크바에 최고 수준의 전투력이 없다는 확신을 강화해줬다”며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킨 명분 중 하나도 러시아군 지휘부의 잘못된 리더십과 부패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0km 정도 떨어진 러시아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 계약직 군인을 모집하는 러시아 육군의 광고판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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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사태를 접한 최전선의 러시아 장병 사이에 불안감이 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폴란드 군사정보업체 로찬컨설팅의 콘라드 무지카 대표는 WSJ에 “푸틴 정권에 혼란이 생기면 군인들이 정권을 위해 싸우는 대신 자신의 목숨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일부 러시아 병력의 '백기 투항'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군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빌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드러난 전술적 약점을 이용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ㆍ박현주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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